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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전

관객의 편의를 외면한 OBS창사기념 투란도트

by 코코리짱 2008.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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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았던 OBS창사기념 투란도트 공연 4월 13일 친구와 함께 관람


친구와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4월 13일에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감상하였다.
갑자기 오페라가 땡긴다는 친구가 예매하느라 수고했고,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했던 나는 좋다구나하고 보러 간 공연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족한 공연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달까.
첫 느낌은 그랬다.
일단 현장 판매소와 인터넷 예매권 찾는 곳을 나눈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인터넷 예매권 찾는 곳이라고 좀 크게 팻말을 붙이던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할지 몰라서 좀 헤멨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
예매했던 좌석대로 배정안하고 땡겨준 것까지는 그런가 보다 할 수 있겠지만.
좌석을 받아들고, 딴 짓꺼리한 뒤 나중에서야 좌석을 찾으러 갔을 때, 우리 좌석을 찾을수가 없는 것이다.
절대 찾을 수가 없어서,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공연시작하기 한 5분전인데...
"아, 좌석에 카메라가 갑작스럽게 설치되는 바람에 좌석이 사라졌네요. 매표소가서 다시 받아오세요."
(우리 자리에 카메라 팀이 앉아버린거다.=_= )라고 말한다.
장난해?!

우리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중간좌석을 예매했던 관객들 모두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표를 다 팔고 없을 시간 쯔음 좌석을 다시 배부받아오라니.
매표소에서 보니, 열받은 관객은 아예 환불해달라고 난리.
사실 나도 그러고 싶은 맘 굴뚝같았는데..걍 참았다. 공연보러 온거지 싸우러 온게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가 받게된 자리는..중간 자리가 아닌 오른쪽 사이드 자리.
그것도 매표원이 가진 자리 중 가장 좋은 자리라고 했다.
이럴꺼면 뭐하러 예매라는 걸 하나. 좀 황당한 상황이었다.
또, 이렇게 기가막힌 상황 속에서도 그 누구도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한마디 없더라.
돈주고 공연보러 온 관객은 그냥 모든 어려움을 다 감수해야 하는 봉인건가?

갑작스럽게 자리가 사라지게 되었다면, 그에 대한 방송이라던가...
아니면 그 상황에 대한 안내를 해서라도 그런 상황을 방지할 수 없었을까?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해서 관객의 편의를 조금이라도 신경써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멀리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도 전에 실망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은 미연에 방지해줬으면 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이미 관객에게는 이 공연이 크게 돈주고 볼만한 공연인가하는...
회의감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직접가서 보는 게 훨씬 좋다는 생각을 했던 나에게,
이 상황 하나만으로 차라리 TV로 공연볼 걸 하는 생각을 하기 만들더라.
(우리보다 비싼 돈 내고 공연을 감상하는 분들도 열받을 상황이었다.
 좋은 좌석도 아니고 팔걸이도 없는 간의의자에서 2시간 30분동안 앉아서 공연을 본다는 건 결코 쾌적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격을 생각하면 좀 울화통이 터질만도 한 상황이었다.
 나에게는 공연의 질을 떠나 과연 그 값어치를 하는 공연이었나를 곰곰히 고민하게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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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운데 자리에서 측면 좌석에서 공연을 봐야 했던 우리, 자막 화면도 진짜 조그만했음.


그리고 자막관련해서도 할말이 많다.
오페라가 당근 이탈리아어니까 자막 영상이 나온다.
근데, 자막이 너무 작고 양쪽 사이드에 위치해있어서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정신 사나워서 공연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자막을 볼 것인가, 보지 않을 것인가 선택해야 함.)
자막을 좀 더 효율적으로 위치시켜서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더욱 필요해보였다.

공연은 뭐, 이미 익히 들어서 익숙해져 있던 것들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공연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주변에 아줌마들이 거참=_= 시종일관 수다를 큰 소리로 떨어대는데, 수다는 걍 나중에 좀 떨어주시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잖아.)
오페라 내용이야, 복수심에 불타올라 3가지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면 도전하는 신랑감의 목을 댕강댕강..
잘라버리는 얼음공주 투란도트의 미모를 보고 첫눈에 반한 왕자 칼리프가,
그를 만류하는 시녀 류와 어버지를 외면하고 나서서 의기양양하게, 수수께끼를 맞췄으나......
쉽게 넘어오지 않는 얼음공주에게 새벽까지 내 이름을 맞춘다면 나를 죽여도 좋고, 못 맞춘다면 나의 사랑을......
담담히 받아들이라는 바보같은 짓을 해서......
결국 칼리프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시녀 류가 그를 위해 목숨을 끊게되고.
그걸 통해서 얼음공주 투란도트가 사랑을 깨달게 되고 칼리프와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오페라는 비극이어야 아무래도 감정이 팍팍 살아나겠지만, 나비부인과 더불어.......
짜증스러운 스토리인 듯 하다. 그래, 노래만큼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스토리만큼은 너무 공감하기 힘들다.
내가 보기엔, 모든 원흉의 씨앗은 칼리프에게 있다.
애시당초, 왜 어찌보면 종족의 원수같다고도 할 수 있는 얼음공주를 보고 사랑에 빠졌으며,
싫다고 거부하는 투란도트에게 왜 그렇게 들이대는건지? 그의 자신만만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한 대 팍 밟아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 오만해서 짜증이 난다.
류는 왜 이런 남자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건지.
(사랑해서 나를 희생하겠다는 그 심히 M이 연상되는 심보를 나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투란도트는 왜 키스 한방에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거야.
(얼음공주라면 그냥 얼음공주처럼 도도하게 살아!)
더군다나 그 둘이 사랑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사랑이 아무리 이기적인 것이라지만, 그런 희생 속에 세워진 사랑이라니.
이기적이다 못해, 울화통이 터진다.
노래는 너무나 매혹적인데, 가사를 보다보면 머리에 스팀이 막 들어온다.

두덜두덜, 중얼중얼대는 나에게 친구왈, "원래 이쁜 것(투란도트)들은 다 그래. 억울하면 푸치니한테 따지든가."

우쨌던간, 공연을 기획하시는 분들 관객의 편의도 좀 생각해주시길.
공연문화가 점점 많아지는 만큼 그 질도 높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계속해서 관객들을 끌어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