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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서재

분자생물학적으로 풀어낸 남녀의 차이를 명쾌하게 풀어낸 모자란 남자들

by 코코리짱 2009. 12. 21.

요즘들어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알려는 TV프로그램들이 유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라면 tvn에서 하고 있는 롤러코스터 중 남녀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남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남녀탐구생활"이라는 성우 서혜정씨의 무덤덤한 말투로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남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남자는 정말 그래? 여자는 정말 그래? 하면서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무척 공감이 가기도 하는 프로그램.

그런 남녀의 차이를 다시 한번 이해하고자 신청했던 위드블로그의 도서 캠페인 "모자란 남자들".
책 이름만 단순히 듣고 페미니즘 책이 아닌가부터 생각해서 반감을 가지실지도 모르는 독자분들에게 드리는 말씀.
전혀 그런 책이 아닙니다.
남녀 사이의 차이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책도 전혀 아닙니다.
모자란 남자들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후쿠오카 신이치 (은행나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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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를 보면 과학 서적. 그리고 정확히 풀어보자면 과학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확한 이 책의 소개는 분자생물학적으로 따졌을 때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지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남자는 왜 불완전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지, 생물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 수 밖에 없는지.
왜 험한 유전자적 상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지를 명쾌하게 답변해주는 책이다.

성경에서는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온 존재가 이브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따졌을 때 원래는 처녀생식, 모계로만 번식되었었다.
그러나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왔고,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암컷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수컷의 존재가 필요해졌다.
즉 남자는 여성으로부터 나오게 된 존재이고, 유전자를 운반하기 위한 불완전한 존재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소리높여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엄연히 잘못된 말이다.
생물은 모두 여자로 태어난다. 그러므로 여자는 애초에 여자로 태어났다.
보부아르는 이렇게까지 긴장할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그녀의 말은 오히려 이렇게 바꾸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남자는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남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담이 자신의 늑골을 빼서 이브를 만들었다는 건 완전히 지어낸 말이며, 사실은 이브들이 훗날 아담을 만든 것이다.
자신들을 위해.                                                                                                     
-  p 152 ~153

즉 남성의 몸은 전 생애에 걸쳐 대부분의 기간 동안 고농도의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남성을 남성이게 하는 원천이다.
하지만 동시에 테스토스테론은 면역계에 끊임없이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위태로운 양날의 칼 위를 걸을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남자다.

Y염색체라는 불리한 제비를 뽑았기에, 기본 사양인 여성의 노선에서 이탈하여 유전자의 운반자 역할로 다시 태어난 남자들.
이 과정에 부하가 걸리고, 급히 변경된 남성의 생물학적 사양에 부정합을 발생시킨다.
마치 과도한 커스터마이즈로 인해 컴퓨터 내부에서 예상치 못한 소프트웨어간의 충돌이나 설정 부정합이 발생하여 PC 자체가 정지되는 것처럼.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남자이니.                                                                                                     -  p 170 ~171

이 책의 핵심은 아마도 프롤로그에 나와있는 <Chiral and the chirality>라는 시 속에 나와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처음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솔찍히 분자생물학적으로 다가간 책이라기보다는 심리학적으로 쓰여진 에세이집이라고 기대했던 사람이기에 이리저리 등장하는 생물학쪽 인사들, 전문용어에 다소 당혹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보다 쉽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목차를 읽고 있노라면 이게 다 무슨 내용이야 싶기도 하고, 이것이 분자생물학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제1장 보이지 않는 것을 본 남자
제2장 남자의 비밀을 엿본 여자
제3장 냄새 없는 냄새
제4장 잘못된 체포
제5장 SRY 유전자
제6장 뭘러 박사와 울프 박사
제7장 진딧물 같은 인생
제8장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남자이니
제9장 Y의 여로
제10장 하버드의 별
제11장 잉여의 기원

제목에서부터 웬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느낌의 책이었달까. 
책의 시작은 정자를 처음으로 보게 된 사람(어찌보면 괴팍한 취미생활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부터 가볍게 시작해서 점차 남자가 유전학적으로 왜 여자보다 취약할 수 밖에 없는지 자신의 가설을 논리적 찬찬히 풀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솔찍히 이야기하자면, 과학쪽 전문지식이 전무한 사람에게는 약간은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생물학쪽으로 약간은 전문지식이 있으신 분들이 읽으면 더 재미날 책인 것 같다.
나름 학창 시절 생물 점수는 꽤 좋았던 나에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 쉽게 비유해서 써놓으려고 하는 표현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해하고자 무척이나 애를 쓰기도 했던 책이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 책 역시 예전에 읽었던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처럼 확실히 비전공자에게는 약간은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호기심때문이었다.
어찌보면 이 책을 정독하게 되는 것 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남자를, 여자를 더 잘 이해하는 한 발자국을 딛고 있는 것일테니 말이다.
아무튼간 호기심이 정말 가득하고, 분자생물학적으로 따졌을 때 남녀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