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드라마 산책

악마를 보았다 (2010)

by 코코리짱 2010. 8. 23.


악마를 보았을까, 악마가 되었을까.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 노골적으로 현실적인 공포감을 선사하는 "악마를 보았다"

01


나에게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1순위가 될 장르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물일 것이다.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겉보기엔 멀쩡해보이는 인간이 한순간에 빡 돌아가는 그 순간과 과정, 이유에 흥미가 있어서랄까.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많은 표본을 보여주는 이 장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미국드라마도 CSI, 크리미널 마인드 등의 수사물.
그 중에서도 크리미널 마인드는 프로파일링을 하기에 더욱 흥미진진하지만, 보다보면 속이 쓰라리다.
영화보는 내내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는 기분으로 보았던 올 여름 대표적인 범죄 스릴러물 악마를 보았다.

왜 크리미널 마인드가 생각났을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극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명언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명언 중에서도 떠오르는 건 바로 두 가지 명언.

수많은 동물들 중 유독 인간만이 잔인하다. 인간은 고통을 줌으로써 쾌락을 느끼는 유일한 동물이다.
- 마크 트웨인

사냥 중 최고는 사람 사냥이며, 무장한 사람을 오랫동안 사냥하고 또 그걸 즐긴 사람은 다른 어떤 즐거움도 결코 가질 수 없다.
- 헤밍웨이


영화의 초반에서처럼, 으슥하고 길고 긴 길 시골.
눈발 날리는 앞이 보이지 않은 길처럼 내면 깊숙이 위치해있는 어두운 마음.
그걸 너무나 노골적으로 끄집어냈기에, 이 영화가 더 무섭다.
그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깨달치 못하는 내면의 어두움.
어느 순간 그 어두움에 잠식당할 수도 있으며, 나약함과 동시에 잔혹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기 싫은데, 이 영화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려준다.
그 사실을 인정하라고.

영화 초반에 이어지는 일련의 잔인한 장면들은 설마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볍게 씹어주시고.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라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잔인한 장면들(실제로 정말 무섭기는 했다. 근 몇년간 본 영화중에서 가장 잔혹했던 영화이기도 하고, 너무 잔혹했기에 잘려나간 장면들도 꽤 되는 듯 싶었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너무나도 여과없이 보여줘서 그게 더 무서운거다. 

01

약혼자의 잔혹한 죽음 뒤에 남겨진 수현.
감정을 억누르고 억눌러도 참다참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표현한 이병헌의 연기는 확실히 압권이었다.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처럼 결코 풀리지 않는 그의 분노는 범인을 찾아다니며, 폭력으로 표출된다.
그 폭력의 모습은 점차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범죄자의 범죄가 점차 발전해가듯이.
더 폭력적으로, 더 무차별적으로 변해간다.

01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마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감상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를 감상한 뒤에 남는 씁쓸함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이 몰려오는 건 나만이 느꼈던 감정은 아니었으리라고 믿는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여성들이 얼마나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가.
그 위험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인적없는 밤 길의 산책을 좋아하는 게 얼마나 생각없는 행동이었는가를 또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먼 길 나왔을 때 안부전화나 문자를 보내라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걱정으로 내 문자와 전화를 기다렸는지도...
한동안 나는 밤 길에 혼자 걷는 것이 참 무서워질 것 같다. 
마음이 심약하신 분께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 영화.
같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지도 모를 그런 영화이기에 섯불리 호기심으로 감상하시려는 분들께는 경고를 해주고 싶다.
인간 내면 심리에 대해서 좀 더 연구하시고 싶다면 힘겹겠지만 꼭 감상해보시길.
 

수현에게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던 장경철. 몸을 아끼지 않는 최민식의 열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ineseou.com >

'영화, 드라마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센츄리온 Centurion (2010)  (0) 2010.08.31
아저씨 (2010)  (2) 2010.08.11
아쉬람 Water / River Moon (2005)  (7) 201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