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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면 끄적끄적

올 한해도 지나가는구나.

by 코코리짱 2010. 12. 31.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갈 무렵.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지금도 생각난다.
앞으로 어떨 것이다라는 대화를 나누면서, 지금도 이렇게 재미없는데 얼마나 더 재미없게 살게 되려나.
살아가면서 정말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는가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무 걱정없이, 생각없이 뭘해도 용서가 되고 사랑만 받고 살았던 5살 이전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5살 이후부터는 서서히 인생이 하강곡선인 듯.
꾸준하게.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생각하는대로 뭐든 게 이뤄진다, 인생을 재미나게 살자 등등.
내 삶의 신조였지만, 점차적으로 신조와는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제는 그 어떤 일에도 감흥이 없다.
누군가를 만나도, 맛있는 걸 먹어도, 쇼핑을 해도, 뭘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좋고 싫고의 경계도 분명했고, 감정의 표현도 간단명료했는데.
점점 갈수록 모든 감정의 경계나 표현이 모호해져간다.
희노애락의 감정 자체가 매우 겪하게 왔다갔다, 변덕이 죽 끓듯하던 성격인 나에게는 좀 의외의 상황이다.
대신, 저사람과의 관계가 나에게, 업무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만 한다.
예전에 사람을 정말 아무 생각없이 만나고, 순수하게 만나던 시절이 그립다.
너무나 그립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만나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2009년 마지막날까지 근무하면서 계약만료(그러니까 해고예고 통지서를 크리스마스이브날 받았다.)하면서 참 많이 괴로웠던 게 기억난다.
2009년 잠시 잃었던 건강을 회복하면서 새로운 직장에 갔었고.
거기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었고.
잠시 스쳐지나갔던 인연들도 있었고, 좋은 만남의 기회도 많았지만.
제대로 이어진 만남은 없었고.
상처만 있는대로 받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2008년 새로운 직장에 계약되어서 희망찬 새해를 기다렸던 반면에, 2009년에는 정말 새파에 치일대로 치이고.
실직자가 되면서 싫어하는 눈이 한가득 내린 한해로 시작했던 우울했던 2010년도.
한 2주동안 방콕하고 아무도 안 만났던 우울했었지만.
쉬는 동안 못 배운 거나 다 배워보자는 생각에 근 몇달동안 미친듯이 이거저거 배우러 댕겼던 어찌보면,
긴 인생 중 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투자했던 기간.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못 만나고, 여행도 못 가고, 오로지 이런저런 자격증 시험만 미친듯이 봤는데...
과연 이것이 실전에서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이다.
금방 취직이 되지 않아, 초초해하고 나름 좋은 인연이라 생각했던 사람과도 틀어져서 참 많이 힘들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한방에 모든 게 해결되더라.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항상 그렇더라.

지금도 물론 힘들다.
어찌보면 2008년도보다, 2009년도보다 나은 한해가 아닐까 싶지만.
요즘의 걱정은 부모님의 건강.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인연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쳤다는 점(이젠 기대하는 것도 포기했다.).
평생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는 것과.
더 나이들기전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생각해서 이직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
기타등등의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온다.

언제나 새로운 해를 기다리면서 두근두근 선물포장 푸는 기분으로 기다렸던 그 기분이 그립다.
이젠 새해가 와도 그런가? 하는 맘으로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는가보다하는 기분으로 산다.

아,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