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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산책/원작이 있는 영상

Romeo + Juliet (1996)

by 코코리짱 2008.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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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zmark Films 로미오와 줄리엣 1996년작


내가 이뻐라하는 EBS 일요시네마에서 해줬던 로미오와 줄리엣.
앞서 이야기 했었던 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10가지 이유처럼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고질적인 소재고갈에 빠져있었던 헐리우드에게 떼돈벌게 해줬던 고전의 재해석, 현대적 해석의 거의 시발격인 영화.
감독도 무려 화려함과 과장이 뛰어나고, 무대적 연출이 뛰어난 바즈 루어만.
개인적으로 이 감독의 작품 중 댄싱 히어로를 가장 좋아하지만, 바즈 루어만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작품은 이 작품이 아니었을까.

당시 유행하던 MTV 뮤직 비디오보다 더 현란한 영상들과 무대의상보다 한층 더 힘을 준 원색톤의 의상들을 입은 배우들.
더군다나 20대 초반의 재능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꽃미남 스타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작품.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있었던 그가 이 작품으로 인해 스타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고 타이타닉까지 찍게 되지 않았던가. 그 후 디카프리오가 꽃미남 이미지를 벗어던지기까지 고군분투했던 걸 생각하면 참 눈물겹다.)
그당시 상대적으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클레어 데인즈.
(그녀를 캐스팅하게 된 배경을 애기하자면, 디카프리오가 적극 추천했다고.
 아리따운 눈동자와 적극적인 키스에 반했었다나, 뭐라나.-> 어디까지나 어디서 지나가듯 본 썰에 불과함.암튼 디카프리오도 어리긴 어렸구나. 쿨럭.)
작은 아씨들에서 쩜 많이 건강한(원작에서는 상당히 병약했던 느낌인데.) 엘리자베스로 나와서, 개인적으로 좀 그냥 그랬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토실토실했던 젓살을 빼고 나온 듯 갓 피어난 뽀송뽀송하고 찬란한 천사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음악 또안 펑크, 락, 발라드 등등 여러 장르가 짬뽕되었다.
(당시 사운드 트랙을 워크맨을 가지고 댕기면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과연 무대 감독답게, 음악과 의상의 장점을 잘 살릴 줄 아는 바즈 루어만 감독.

설정 자체도 참 황당하다. 베로나의 두 마피아 집안스러운 분위기.
영화의 시작은 TV 화면의 뉴스로 부터 시작.
중세와는 달리 현대니까, 양아치들끼리 검 아닌 검이라는 이름의 총으로 대결.
(이 장면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름.)

사랑스럽고, 멋진 배우들의 입에서는 현대적으로 각색한 느낌의 대사가 아닌 고전 그대로의 대사가 나온다.
뭔가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데, 그 느낌이 또 신선하고 쿨해보인다.
어쩌피 무대 위에서의 연기가 아닌가.
과장되어 보여도 오히려 현란함과 정신없는 영상과 음악에 의외로 잘 어울려보이는 것.

이 영화를 찍으면서 무제한적인 금전 지원을 받아서, 감독이 말 그대로 만들고 싶은대로 찍어댔고.
그 결과물은 관객들에게 열띤 호응을 받게 되었다.
극과 극은 통하니까. 자신이 즐겁게 찍어댔으니, 관객에게도 즐겁게 받아들여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돈대준 제작사는 영화를 보고 뜨아아하고 놀랐다는데, 흥행 성공하고 가슴 쓸어내렸을 것이다.
당시 고전의 파괴다, 재창조다~의견이 참 많이 분분했지만.
고전도 시대에 따라, 관점에 따라 변화해야지.
어짜피 원전은 고대로 보존되겠지만, 다른 해석이 있다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재해석 영화를 원전이라고 생각하면 좀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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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zmark Films
첫 눈에 매혹된 두 사람. 수족관만큼이나 큰 어항 속에서 숨어있던 줄리엣을 발견한 로미오.
(첫 눈에 반한다는 걸 믿지 않는 나.)
서로의 영혼에 매혹된 걸까, 겉모습에 매혹된 걸까.
(어린 나이에 빠진다면 겉모습에 빠진다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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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zmark Films

물론 예전, 아주 예전에 만든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만든 68년작 로미오와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와 레오나르도 화이팅(실제로도 원전의 나이에 따른 15세, 17세의 파릇파릇한 나이였다고.)의 빤짝빤짝 빛나는 미모와 비교하자면 좀 많이 딸리시는 두 사람이지만.
현대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이고, 일단 미국배우들이니까 양키 느낌나는 건 용서해주자.
(그래도 처음봤을 때랑 비교해서 다시봐도 레오와 클레어의 미모는 참 빛나더라. 청춘은 역시 좋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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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E Films

참고자료인 68년작 제피릴리 감독판에서 꽃다운 10대의 두사람.
(올리비아 핫세 그 나이에 그 풍만함과 너무나 청초한 미모. 정말 뜨아악이야.
 레오나르도 화이팅도 현재의 모습을 생각하면 안타까울만큼의 미모이다.
 둘다 막 피어날 시기의 10대 청춘인지라 너무나 순결해보인다. 쿨럭. 나에게는 도대체 이런 때가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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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zmark Films

첫 눈에 사랑에 빠지고 보니 무정하게도 두 집안은 원수 사이.
하필이면, 원수집안의 사람이랑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운명은 참 잔인해.
그래도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눈에는 뵈는 게 없다.
몰래 결혼식을 감행한 두 사람. 정말 이뻤던 두 사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더 타오르게 했던 건, 반대하는 상황이 더 컸기 때문이라는데.
내 생각에도 그렇다. 이들이 사랑이 비극으로, 아름다운 사랑으로 남은 건.
역시 짧고 굵은 사랑이었고, 한 때 반짝 빛나던 청춘이었기 때문이겠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애절하고 안타까운 것 뿐.

나는 이런 불완전연소같은 사랑은 거저줘도 싫다. 그냥 길고 얇게 사랑할래.
어쨌건간 나에게는 첫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때 본 영화로 뇌리에 남아있는 영화.
나가는 길에 고등학생들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저거 원래 결말이 비극인거야?"하면서 지나가서 많이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도 셰익스피어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쩝.

P.S. 바즈 루어만 감독은 무대를 너무 사랑하나봐.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무대는 나온다는.
       확실히 바즈 루어만은 몇 안되는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감독임에 틀림없다.
       일요시네마는 명작, 고전 영화만 해주는 걸로 생각했는데,
       이 영화도 이제 고전 대열로 접어든건가 생각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청춘을 같이 했던 영화가 이제 고전 대열이라니. 우후후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http://www.cine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