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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산책

업 (Up, 2009)

by 코코리짱 2009. 8. 10.

새로운 모험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단력있는 용기와 미련을 버리는 것, 그리고 새로운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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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픽사가 함께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웬지 기대가 되었던 업.
그러나 그간 픽사의 자유로운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이 디즈니의 약간은 보수적이면서도 천편일률적인 교훈이 결합되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면 사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일단 픽사라는 이름 자체는 언제나 새로운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과 재미, 감동을 의미한다.
그 옛날, 배리 레빈슨과 스필버그 사단이 뭉쳐 만들었던 영화 "피라미드의 공포"에서 나왔던 스테인드 글라스의 기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피라미드의 공포
감독 배리 레빈슨 (1985 / 영국, 미국)
출연 니콜라스 로우, 알란 콕스, 소피 워드, 안토니 히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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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ial Light and Magic (ILM) 현재 픽사의 전신이 되었다고 하는 Industrial Light and Magic (ILM)의 작품인 스테인드 글라스의 기사. 당시 영화상에서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나는 정말인지 깜짝 놀랐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시도하려고 했던 픽사.
3D애니메이션에 약간은 반감을 가지기도 했던 나에게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또 웃음과 감동을 주었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시도를 할 것인가가 엄청나게 궁금했었다.

이번에도 영화시작전에 자투리 애니메이션으로 기대치를 더더욱 올려줬던 업.

어릴 때부터 세계각지를 여행하는 위대한 모험가를 존경하던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자신 못지 않게 모험을 좋아하는 매우 적극적인 소녀를 만나게되었고, 두사람은 자연스럽게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아갔다.
안타까운 일이라면, 둘 사이에 자식이 없다는 점과 그렇게나 꿈꾸는 모험은 아직까지 시도조차 못해봤다는 것.
누구나 그렇듯이 금술좋은 그들은 모험을위해 자금을 모았지만, 살아가다보면 하나둘씩 생기는 사건사고로 자금을 쓰게 되고, 미루고 미루던 모험은 결국 사랑하는 아내 엘리의 죽음으로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만다.

여기까지가 이 애니메이션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속사포처럼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주인공 칼의 세월은 결코 길지 않은 우리네 인생살이다.
영화의 참 시작은 이제부터다.
사랑하던 반려자가 죽고, 늘 똑같이 느리게 흘러가는 칼의 일상생활.
몸은 이제 예전같지 않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살던 집도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서 철거 위기 직전의 상태.

평생 미뤄왔던 모험과 끔찍하게 사랑했던 아내 엘리의 꿈이었던 남아메리카 파라다이스 폭포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칼은 일어선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살아왔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아내 곁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칼.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불청객 러셀.

자기 집앞에서 마지막 임무 수료를 위해 대기했던 소년이 설마 자신의 여행과 모험에 동참하게 될 줄이야.

칼에게 있어서 러셀은 너무나도 귀찮고 성가신 존재이지만, 둘은 모험을 통해 서로 소통하게 되고 진정한 우정의 소중함을 깨달게 된다.

평생 자식없이 오직 사랑하는 아내만이 유일했던 칼과 떨어져있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임무를 완수하고 뱃지를 얻으려고 하는 러셀은 어쩐지 서로 닮아있다. 
관계의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나 새로운 유대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그린 업.
어쩐지 프랑스 영화 이혼한 가정의 말썽꾸러기 여자아이와 고집불통 할아버지가 희귀한 나비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버디무비 버터플라이도 생각나고, 그 외에 시네마 천국, 여인의 향기도 문뜩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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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단순히 사랑하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집을 지키기 위해서, 아내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시작했던 모험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 새로운 모험이라는 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게 된 칼.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새로운 관계를 서서히 받아들이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과정은 정말 영화보다도 더 감동적이다.
인생이란 매일매일 새로운 모험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의 연속이다.
매일매일이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된다면,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걸, 언제든지 자신이 결단만 내린다면 가능하다는 걸 깨우쳐준 영화 업.
빠른 시일내에 3D전용 극장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다.

화려한 그래픽보다 더더욱 나를 사로잡았던 스토리. 그렇기에 칸 영화제 개막작이 된 것은 아닐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숨겨서 해보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