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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서재

엄마로 익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처음 엄마가 된다는 것"

by 코코리짱 2008. 9. 10.


처음 엄마가 된다는 것
카테고리 가족/생활/요리
지은이 안드레아 뷰캐넌 (시공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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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어머니라는 단어는 흔히 모성애, 끊임없는 자기 희생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의미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가 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임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건 대학시절에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와 함께,
임신해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하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아무런 이유없이 사산하기도 하고, 환경 오염으로 인해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면 어쩌나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결혼적령기를 지나, 결혼을 일찍 했다면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도 남았을 나이가 되어보니 더 무서운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깨달았다.
과연 내가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물론 지금의 나에게는 큰 문제지만, 주변 친척 아이나 친구의 조카를 잠시 잠깐 돌보면서 든 생각은 '내가 생각보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구나.'였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이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기어가는 아이들.
우는데 원인을 도저히 모르겠고.
놀아달라는데, 어떻게 놀아줘야 재미있게 놀아주는건지 모르겠다.
물론 나의 건강상태가 현재 좋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감을 상실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패닉 상태에 빠졌었다.
이런 상황에 매일 매일 직면한 어머니들을 어떨지, 나는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요즘은 애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두 명이나 키우셨지?

"아기와 나"라는 만화를 봤을 때, 육아 노이로제, 우울증에 빠진 어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빨리 어머니가 되어서, 혼자서 가사와 육아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화를 내는 남편(물론 좋지 않은 과거가 있었지만)에게 실망하고 힘들어하다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관심으로 육아 노이로제,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 19살짜리 어린 엄마가 엄마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가면서, '누군가 이야기해줘. 나만 힘들게 아니라고.'(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듯.)라고 혼자 고민하는 모습이 진짜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걸 보면서도 아이를 키운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하니 갑자기 두려워지고, 자신이 없어졌다.
더군다나,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나 "내니 119"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잘못된 어린이의 습관은 모두 부모의 잘못이라고 지적해주는데 그 때 감정이 격해져서 우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러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renoir, Gabrielle and Jean
아이가 엄마에게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엄마도 아이에게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를 낳자마자 어머니가 되는 대변환에 서서히 스스로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불안해하는 나에게,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할 수 있도록,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 바로 "처음, 엄마가 된다는 것"이라는 책이다.
임신, 출산, 육아관련 책들은 엄마보다는 아기 우선으로 쓰여진데 반해, 이 책은 엄마에 익숙해지는 과정과 느낌을 현실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아기를 낳아서 아기를 만나기까지 과연 엄마는 첫 눈에 아기한테 반할 수 있을까?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과연 모든 걸 위대한 모성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모유 수유를 못한다면, 어머니로의 자격이 없는걸까?
아기를 기르는 것과 일과의 병행은? 등등 아기를 낳고, 그리고 낳고 난 후 어머니가 직면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집어주고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책은 어머니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슈퍼우먼이 아니고 한 인간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어머니도 사람이고, 완벽할 수 없다는 점.
너무 완벽해지려다가는 오히려 불행할 수 있다는 점.
어머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점. 간단한 진리같지만, 의외로 간과하기 쉬운 그런 점들이 가장 와닿았다.

개인적으로는 임신한 엄마들보다는 임신하기 전, 출산한 바로 직후에 이 책을 보면 좋을 것 같다.
나처럼 어머니가 되는데 자신감이 없는 상황이라거나, 아이를 낳고 나만 이렇게 힘든가, 우울한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해주도록.
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스스로 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어머니가 아이에게 익숙해지는 과정.
그리고 자기 자신, 즉 어머니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직면하게 하는 한 어머니의 글이니까.
결국 어머니의 편은, 역시 같이 아이를 힘겹게 키우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어머니들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모든 어머니들에게 격려와 의지의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나 또한 어머니가 되겠지만.

P.S 이글루스 베스트 리뷰로 선정되었던 글.

<이미지 출처 : yes24, re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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