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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전

가도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KIAF 관람 후기 1 (인도양홀)

by 코코리짱 2008. 9. 23.

토요일 오후, 운좋게 얻은 공짜 티켓으로 친구와 함께 보기로 한 KIAF.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평일날 볼까 싶었지만.
표가 배송된 것이 아니라 직접 안내데스크에서 받아야 했기 때문에, 표 하나를 날리느니 친구와 함께 보는 방향을 택했다.

토요일 당일날 아침.
아침부터 대략 난감하다. 전날 늦게 들어온 여파로 아침에 늦잠.적어도 8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9시에 일어났다.
10시에 나가야 하는데!!! 나중에 전해들은 친구왈, 9시에 일어나서 10시에 나오는 게 힘드냐? 적어도 화장하고 머리 말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30~40분인데 당근 힘들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화장을 손으로 하는지 발로 하는지도 모르겠던 상황에서, 다행히도 시간 맞춰 나갔다.
늘 전시회의 시작은 태평양 홀에서 했던 게 익숙했던 나는, 인도양 홀에서 하는 행사는 가본 적이 없어서 헤멨다.
인도양 홀은 참 구석에 쳐박혀있더군. 덕분에 달려가는데, 저질체력을 가진 나에게는 참 벅찬 거리였다. 헥헥헥.
10분 정도 지각했지만. (꼴이 말이 아닌 상황으로 도착)

간신히 찾은 표. 봉투에 가지런히 담아서 나눠주었다.

봉투에 가지런히 담긴 표님. 그러나 받고나서 마냥 좋아했던 나와 친구는 그렇게 기나긴 관람 여정이 시작되리라는 걸 전혀 몰랐다.-_-;;



작품 사진도 올릴 수 없으니, 표나 자랑질하자 에잇!


표를 받고 친구와 함께~출발!
팔목에 특수 잉크 도장을 찍고.
(이땐 이 도장의 의미를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아아, 그래서 도장을 찍어줬군 하고 수긍이 갔다.)
관람시작. 이때가 아마도 12시 20분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이 전시회 관람시간이 반나절을 넘길 줄은..;;

11시부터 관람시작이었으니, 꽤 이른 시간에 시작한 관람이어서 그랬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평양 홀부터 돌아서 그랬는지.
어쨌건간 인도양홀은 꽤 많이 한산했다.
예전에 미투데이에서 KASF(한국아트섬머페스티벌)를 갔을 때도 장난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KASF에 비해서 관람하기는 편한 느낌이었다.
KASF때는 그야말로 그림이 따닥따딱 붙어있는 느낌이라, 멀리서, 가까이서 마음대로 관람하기에는 좀 힘든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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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촬영 금지라서, 못 찍은 그림이 많아서 참 안타까웠다. 특히 인도양홀에서는 사람이 적어서, 거의 찍을 수가 없었다.
(찍으려고 하면, 안됩니다.)
나중에 관람객이 바글바글한 태평양 홀에서는 큐레이터의 저지가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
그런 고로, 이번 후기는 작품 사진을 하나도 올릴수가 없다. (나도 남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개인소장용으로 찍은 거니깐.

인도양 홀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이라면 윤경아씨의 작품이었다.
금속공예와 한국화가 결합한 결과물이 그렇게나 멋질 줄이야. 한국화 특유의 여백의 미와 곤충, 연꽃잎이 입체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작품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불만. 솔찍히 말해서 이건 KASF때도 느꼈던 불만인데 괜찮은 작품은 팜플렛이 없거나,
아니면 1000원(저렴하면 500원)이라는 가격을 써붙여놨다.
솔찍히 말하자면, 엽서나 카드로 만든 제품에 500냥이나 1000냥의 가격을 붙여놨다면, 기꺼이 구입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팜플렛(그것도 작품이 크게 나온 것도 아닌 조그맣게 나온)을 1000냥의 가격에 구입하라니.
물론 인쇄의 질은 KASF때의 것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작품에 대한 홍보비용을 그 정도도 감수하지 않고 그림을 팔겠다는 건 조금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불만을 토로하자, 어느 작가 왈, "그럼요. 돈주고 팔아야지요. 다 돈들여서 만든 건데요."
홍보비용도 없이 작품을 어떻게 선전하려고 하느냐고 쏘아붙여주려다가 말았다.
(솔찍히 말해서, 표값이 결코 싼 가격은 아닌데, 괜찮은 작품의 팜플렛->화보집이라면 기꺼이 돈주고 구입했을 것이다.
 난 실제로도 구입했다. 화보집. 화보집도 아닌 팜플렛을 돈주고 구입하라니.)

김수자씨의 바느질로 표현한 작품도 매우 느낌이 신선했다. 옷이나 장신구등을 바느질 스티치같은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참 귀여운 작품이었다.
작은 상자와 비즈로 만든 김형길씨의 작품도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작품이 상당히 아기자기해서 여성이 만든 줄 알았는데, 김형길 남자분이시더군)
상자에는 뭔가 입힌 듯한 느낌이었는데, 작품이 매우 커서 가까이서 볼때는 참 정교한 느낌이 들었지만, 멀리서 감상하니 너무 복잡한 느낌이 들어서 약간 아쉬웠다.

최윤정씨의 얇은 천에 꽃그림이 비치도록해서 신비롭게 표현한 작품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추가 설명할 그림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장지원씨의 수채화의 번짐 기법을 이용한 정물화도 은은하고 잔잔한 느낌이 아주 좋았다.
정물화에 마치 한국화의 느낌이 겹쳐진 느낌이랄까. 분명히 서양식 정물화를 그렸는데, 느낌은 웬지 한국적인 느낌.

친구와 나는 전시회장을 가로로 지그재그, 세로로 지그재그 요렇게 돌기로 했다.
물론 이런 전시회장에서 항상 유유자적하면서 발을 질질 끌고 댕기는 내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놨을리 없고.
나름 빠릿빠릿하게 비상한 내 친구가 내놓은 아이디어.

돌던 중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림의 가격을 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좀 진지하게 그림 자체를 감상했는데,,,어떤 질감으로 표현된건지, 멀리서 보는 느낌, 가까이서 보는 느낌을 비교해가면서...나름 진지하고 자세히 감상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시발점은 역시나 이에즈미 토시오씨의 유리공예 작품이었다.
가격이 무려 4천 5백만원이나 하는 그의 유리 기둥 작품은 정말 멋지긴 했다. 가격때문인지, 웬지 모르게 그 작품이 참 더더욱 멋져보이더라.
그 작품을 보면서, 친구와 저런 작품은 부자들이 과시용으로 소장하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면서 수다를 떨었다.

인도양홀의 작품을 거의다 감상하고 나서 시간을 보니 아뿔싸 시간은 2시를 지나 3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침으로 겨우 메밀 미숫가루와 고구마1/3쪽을 먹고 나온 나에게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허기져서 칭얼대는 나를 보며 친구도 조금 지쳤는지, 인도양 마저 돌고 점심 식사 및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알고 보니, 입장할 때 찍어준 그 도장은 중간에 전시회장을 나와서 휴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그렇다. 정상적으로 아무리 빨리 관람해도 4시간 이상이 걸리는 전시회였던 것이다.;;
내 평생 전시회장을 그렇게나 열심히, 그리고 힘들게, 오랜시간 걸려서 감상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봐야 3시간 가량 걸리라고 생각했던 나는 좀 많이 당황했다.
인도양 홀을 끝나고  나간 시간이 정확히 약 2~3시간이었던 것이다. 전시회의 반. 그것도 인도양홀보다 더 넒은 태평양홀.
앞길이 까마득하다. 친구와 같이 포메인 쌀국수를 먹으면서도 기운이 팍팍 나질 않았다. 

친구와 머리를 맡대고 생각하길, 이렇게 감상해서는 절대로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태평양관에서는 좀 더 전투적으로 돌자! 땡기는 작품만 골라서 지그재그로 감상하기로 했다.
종이봉투를 얻으려고 잠시 여기저기 돌다가 결국은 돈 좀 들여서, 영구히 쓸 수 있는 비닐봉투를 구입했다.
그날 작은 가방가지고 간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이리저리 쑤셔넣은 팜플렛은 많은데, 넣을 공간이 없어서 들고 댕기기 무척이나 불편했다.
관람객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화보집이나 팜플렛 넣을 수 있는 작은 봉투정도는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