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모르게 계속해서 공허해지는 가을. 전시회를 봐도, 축제를 봐도, 영화를 아무리 봐도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고 허전함을 채워보고자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결국 클래식.
우연히 프로그램을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너무나 많아서~(물론 상당히 대중적인 곡들이기는 하지만) 가게된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무역센터 가을클래식 음악회.

그러나 도착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이 많았으니, 나같은 길치를 위해서 제발 행사장가는 화살표라도 붙여놨으면.
음악회를 하는 곳이 코엑스 신관3층 오디토리움이라는데, 물론 코엑스의 몇 몇 행사장을 이용해 본 기억이 있기는 했지만 나에게 있어 코엑스는 거대한 미로. 지도를 봐도 길이 도대체 어디로 통하는지 모르겠고, 매번 가는 가게도 길을 잃어버리기 일수인 곳이 바로 코엑스몰.
(친구들 없으면 그야말로 미아되어 버리는 사람.)
그래도 나는 내 처지를 잘 알고 있기에 직원분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간신히 오디토리움 도착.

우여곡절 끝에 독착한 오디토리움. 10월 20일 공연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데다가, 먹을 껄 사오지도 못했기에 간단하게 샌드위치, 빵, 파이류와 음료를 같이 파는 곳에서 사먹을까 하다가 1000냥도 안되는 생수를 2000냥이라는 폭리에 파는 것을 보고 손 떨려서 걍 저녁은 패스.
상당히 나른한 상태에서 음악회를 보게 되었다.




자리 찾아와서 두리번 두리번거리면서 여기찍고 저기찍고.


드디어 공연의 시작.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영어 쓰기 귀찮은 관계로 한글로 올인)

베르디  서곡 "나부코"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나단조 작품61 제 1악장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줄리엣의 왈츠"
사르토리  그대와 함께 떠나리

INTERMISSON

웨버  뮤지컬 캣츠 중에서 "추억"
헤달롯  영화 위대한 카루소 중 "그대를 위하여"
시크릿  가든 봄을 향한 세레나데
헨델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소"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
           오페라 춘향전 중 "사랑가"
베토벤  교향곡 제5번 다단조 작품 67 "운명"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보고 전반부보다 후반부에 참 많이 기대를 했던 공연이다.
더군다나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소"는 파리넬리를 보고 너무나 좋아하게 된 곡이었고, 지친 나의 심신을 달래주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엄청나게 기대했다. 
그런데, 갑자기 성악가분께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출연하지 못하게 된 관계로 내가 기대했던 울게하소소와 사랑가는 빠지고, 다른 곡과 다른 성악가분으로 바뀌었다. 공연 전에 미리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나 싶어서 아쉬웠다. 
연속해서 노래를 부르셔야 했던 성악가분이 좀 안타깝기도 했고. (일단 무리를 하는 것이니)

확실히 오디토리움이 클래식 연주 전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소리의 울림이 모여서 들린다기보다 퍼지는 느낌이 강했다.
연주 자체에는 불만이 없었지만, 너무 줄여놓은 상태의 오디오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한 성악가의 노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파묻혀서 들릴 정도였던 점도 상당히 안타까운 사실.
몇 몇 곡에서는 좀 심각할 정도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성악가의 노래가 맞지 않았던 부분이 들렸던 점도 안타까운 점 중 하나.

그렇기에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전반부 공연에서 나는 더 큰 감명을 받았다.
고요하게 시작되다가 활기찬 느낌이 가득했던,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던 베르디 서곡 나부코.
최근 에너지가 바닥인 상태인지라 그런지, 듣고 있는 동안 에너지가 넘치는 듯한 기분이 마구 들었다.
내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아직은 어린 훈남 바이올리스트가 협연한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 나단조 작품61.
바이올린의 날카롭고도 구슬픈 선율이 심금을 울린다고 해야 할까. 프로그램 중 가장 깊어가는 가을과 어울리는 곡이었던 것 같다.
사르토리의 그대와 함께 떠나리는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곡임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미 앞서 눈부신 새하얀 의상 입고 줄리엣의 왈츠를 부르며, 사랑에 흠뻑 빠진 여자의 행복함을 노래했던 소프라노 고미현씨의 청아한 목소리와 힘있는 테너(남자의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 김철호씨의 조화가 참 적절했던 곡.
사랑하는 사람을 따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는 아름다운 노래였다.  

공연 후반부는 매우 열정적인 빨간색 의상에 어울리는 소프라노 조혜현씨가 아주 열심히 노래해주셨다.
갑작스럽게 바뀐 프로그램일터인데, 의연하게 처신하시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노래는 비록 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와 푸치니의 곡으로 바뀌어서 아쉬웠지만,
테너 김철호씨의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목소리로 상대방을 잘 맞춰나가시는 모습은 확실히 프로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면모가 엿보였다.
특히 영화 위대한 카루소 중 "그대를 위하여"를 부를 때, 남자의 크나큰 애정이 온 몸으로 느껴졌달까.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마치 어지러운 나의 머리 속과 마음 속에 노크를 하듯 다가오는 곡이어서 그런지 너무나 공감이 갔다.
곡이 끝날 쯤에는 웬지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을 만큼 나를 달래주었던 곡.

아쉽게도 앵콜곡은 1곡이었고, 기대했던 곡을 들을 수 없었던 점은 실망이었지만 그래도 음악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인가보다.
오는 내내 그래도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
코엑스가 가까우신 인근 시민분들께 한번쯤은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이제는 제법 추워진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클래식 공연은 어떠신지?

중간 휴식시간동안 찍어본 무대~ 다른 악기들은 다 들고 나갔지만 이 악기는 세워놓고 나가시는구나.


전망대가 보이는 휴식터. 한밤중이라 웬지 운치있어 보였다.


P.S 참고로 공연끝나니 이미 시간은 9시를 훨씬 넘긴 시간.
웬지 영국드라마 스킨스의 캐시(식이장애가 있는 소녀)가 된 심정으로 나른한 몸을 이끌고,
내 몸이 너무나 원하는 정크푸드를 먹으러 갔다.

클래식 공연 보고 정크푸드가 웬 말하시면 할 말 없겠지만, 좋아하는 샌드위치 전문점 들어갔다가 복잡한 메뉴 주문에 이래저래 귀찮아진 나는 간편한 주문에 며칠전부터 강하게 땡기는 정크푸드를 먹어줬다.
몸에 안 좋은 건 알지만, 간만에 먹어주니 너무 행복한 정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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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충전  |  2008.10.2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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