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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구리

11월 2일 코끼리 열차탔다가 얼어죽을 뻔한 대공원 동물원 관람기

by 코코리짱 2008. 11. 18.


이제서야 쓰는 동물원 관람기. 블로그쪽과 미투데이 지인들 몇 분과 가봤는데~
그 전날 홍대입구를 전전하며 방황하고 뺑뺑이 돌고나서, 홈베이킹 재료 떨어진 거 생각하고 상암 홈에버가서 장보고 난 뒤 집에 가서...
반죽을 해놓고, 아침에 열심히 구워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 
아시다시피 우리집 오븐은 토스터겸용인지라 작다. 오븐이 좀 크면, 한 번에 많이 구워낼 수 있을텐데 그러질 못하니...
한 번에 구워낼 수 있는 머핀 6개분량. 반죽도 모잘라서 다시 계량해서 반죽.
(홈베이킹의 시간의 대부분의 계량하는데서 다 간다. 그나마도 난 저울이 없고, 컵으로 대략대략 계량하는데도 으으.)
포장하고 챙기는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고, 구워내는 걸 보고 칭얼대는 가족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또 구워내고. 
그러다보니 지각. 모임 주최자이신 모님께 상당히 죄송.
전날 수면시간 최근 불면 및 홈베이킹의 여파로 2시간.
쏟아지는 햇볕은 왜 그렇게 따겁고, 바람은 또 왜 그렇게 찼었는지.

늦어서 간만에 타본 코끼리 열차. 간만에 타니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노래가 울려퍼지더라.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
아아아. 코끼리 열차타고 가기엔 대략 쌀쌀했던 그날.
날리는 머리는 광년이 수준에 상쾌하다고 하기엔 얼어죽기 십상인 날씨~

간만에 타보는 코끼리 열차.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도 잠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나는 몸서리쳐야 했다. 광년이 산발된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면서 너무 추운 나머지 나온 눈물도 서리로 변하는 상황.

벌써 9월달부터 열린 추억여행. 그러나 애시당초 동물원보다 미술관에 관심이 더 많은 나의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9, 10월달에는 쏟아지는 문화전시회 쫓아댕기느라 전혀 관심이 없었던 동물원 행사.
더군다나 나는 친구와 함께 어린이 동물원이나 공짜로 보고 나서 (어린이 동물원도 넓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만큼 저질체력.) 미술관이나 돌던 나에게 동물원 와본지 어언 십수년전. 아하하하.
수면부족과 입맛 하락을 동시에 동반한 현기증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내리쬐는 직사광선이 마치 내 몸을 관통하는 느낌. 퀙.
실제로 집에 와서 보니, 코와 얼굴, 특히 코가 타서 주정뱅이 코가 되어 버렸다.
자외선 차단제를 그리 꼼꼼히 바르고 나갔는데 부족했나보다.
근데다가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쌩쌩하신 체력. 추위도 안 타시고.부러워.ㅠㅠ

만나는 시간이 11시였는지라, 모인 시간대가 대략 점심시간. 다들 뭔가 준비해오신 느낌.
나는 그날 크린베리와 호두와 크림치즈를 넣은(위에는 슬라이스 아몬드를 뿌린) 머핀을 구워가지고 갔다.
너무 바쁜 나머지 인증샷찍는 깜빡했는데, 다들 맛있다면서 드셔서 다행.
소심해서 만든 걸 바로 앞에서 평가받는 기분은 너무 창피한 사람.
실은 처음 적용해보는 레시피로 만든 머핀이라 맛이 어떨까 무지 궁금했지만, 아침 댓바람부터 느끼하고 달짝지근한 냄새에 시달린 사람인지라 맛보는 걸 포기. 요리의 기본이 안되어있는 사람.

그리고 일행 중 한 분이 이걸 구워오셨더라~~
편의점에서 사온 김밥과 이걸로 떼우니 제법 배가 불렀다.

훈남표 미니 몬테크리스토. 프랜치 토스트를 햄과 치즈를 넣어서 말은 훌룡한 먹거리였음. 이거 직접 만들어오신 분 틀림없이 나중에 사랑받으실 꺼예요. 여자친구에게~+_+


그리고 동물원에 왔으니, 보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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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동물들이 뭘 좀 아는지. 오랜 동물원 생활로 인해 스타성이 구비되어 있는 것인지.
(스타들도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익숙해지듯이.)
관람객들에게 애교도 잘 떨고, 나름 사진 잘 찍으세요 하는 표정으로 포즈도 잘 잡아주었다.
귀여운 것들. 근데, 아직도 동물원에서 먹거리를 그냥 막 주려는 분들이 많더라.
틀림없이 주지 말라고 써놨는데, 말이지. 먹을 꺼 먹고 재롱떠는 게 보고 싶은 건지.
동물한테는 사람이 먹는 음식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시는 건지, 모르시는 건지. 
주지말라고 버럭해버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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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을풍경들. 이 날 날씨는 청명했지만, 참 쌀쌀....하더라. (점점 갈수록 쌀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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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로 찍은 사진들이라 대략 난감.
그래도 폰카는 너무 편해. (나중에 핸드폰을 좋은 걸로 갈아타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약속(?)을 위해 일행들과 헤어져서 돌아감.
돌아가는 길에는 너무 힘든 나머지 리프트를 타고 오려고 했으나, 길치라서 결국 그냥 걸어내려오다가 코끼리 열차를 다시 탄 사람.
근데, 생각해보니 리프트 안 타고 오길 잘했다.
코끼리 열차만으로도 그렇게나 추웠는데, 리프트는 얼마나 더 추웠을까.
혼자서 탔다면, 틀림없이 꽁꽁 얼어붙어서 리프트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

아무튼 이날 만나신 분들 모두 너무 반가웠다.
원래 온라인에서 봐서 오프라인으로 사람 보는 걸 잘 안하는 사람인지라, 좋은 분들을 알게 되어 참 좋았었다.
단지 컨디션이 좀 더 좋았더라면, 좀 더 같이 오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들어서 늘어지고 징징대는 나에게 따끈한 홍차라떼를 사주신 분께 무한한 감사를...
거의 누워서 있다가 왔던 사람.
덕분에 몸 좀 녹이고 무사히 집으로 잘 들어갔던 기억.
이 날 집에 가서 바로 뻗어서 잔 사람.
확실히 불면과 잘 못 먹는 날들이 계속되면 사람이 피곤해진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가장 중요~

이제는 너무 추워서 동물원 가보세요~하기도 그렇고, 날씨가 풀리는 어느 화창한 봄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동물원 코스도 괜찮겠다.
다음엔 체력을 좀 키워서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