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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산책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 (2008)

by 코코리짱 2008. 12. 17.


갈 곳 없는 자들이 모여 만드는 나의 나라, 우리의 나라에 대한 대서사극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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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 Bazmark Films

나에게 현존하는 감독 중에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뛰어난 무대영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바즈 루어만을 뽑을 것이다.
아직은 감독과 각본으로 한정된 자본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을 때, 대기업 스폰서를 구해서 그에 파묻히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해서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만들었던 재기넘치는 감독이 그 아니면 누가 있을까.
(댄싱히어로에서 코카콜라 간판 앞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 연습하는 장면은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되, 항상 무대영화임을 잊지 않는 그의 꾸준한 열정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전작인 무대영화 레드 커튼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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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 감독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의 테마는 사랑과 무대라는 한결같은 주제를 가지고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그만의 색채를 지닌 작품으로 승부했기에 이번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더군다나, 이제는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시점. 몇 몇 감독들처럼 상타고 싶은 영화를 제작할 것인가.
가장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것인가.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의 스토리는 언제나 단순명확하면서도 어찌보면 진부한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스토리다.
그러나, 그렇기에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는 점, 화면과 영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언제나 스토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영화는 볼꺼리도 볼꺼리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에 집중하려고 한 것 같다.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광활하고도 끝없이 펼쳐진 무대에서 서사극을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을 하면서 즐겁게 작업한 듯한 영화.

무대영화이면서도 서사극답게 이야기는 1막, 2막으로 나뉘어진 이야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자이언트"같이 멋지고 광대한 영화이긴 하지만, 관객에게 약간의 인내심을 요하게 하는 영화.
물론 개인적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루하지 않게 잘 감상했지만.  
반지의 제왕 이후로 이런 긴 런타임에 그리 익숙치 않은 관객들에게는 조금 힘겨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최근 볼거리도 스토리도 안되면서 영상만 지루하게 돌아가는 몇 몇 영화들보다는 훨씬 볼만한 영화이니 참을성을 가지고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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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의 내용이 영국 귀족인 새라가 신세계인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해서 정착해가는 내용이라면,
2막의 내용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회오리에 휩싸이게 되는 새라, 눌라, 드로버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사이에 군수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소고기 산업의 독과점 내용, 닐 플레쳐와 킹 카니 등 마치 이제 막 개척되는 시기의 무법지대인 오스트레일리아 이야기가 마치 역사 교과서처럼 쭈욱 펼쳐져서 정신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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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야기 축은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1901년부터 1973년까지 유지했던 이민정책인 백호주의로 혼혈아들은 가족과 떨어져 격리되어야 했으며, 백인들의 하인으로 교육받아야 했다.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살고, 경찰들에게 붙잡힐까봐 늘 두려워하고 쫓겼던 그들의 이야기.
어찌보면 아직까지 잘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 오스트레일리아의 가장 어두운 단면, 어두운 시절의 이야기가 아닐까. 
또한, 영화내내 메인 테마를 유지하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 그 상황과 비슷하면서도 엄청나게 역설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이미 정착하고 있던 원주민들은 백인들에 의해 다른 곳으로 쫓겨가고,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는 갈 곳 없이 가족에게서 격리되어 집잃은 천사 신세.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디 갈란드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아무리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고 하여도, 오스트레일리아 어느 곳에도 그들이 설자리란 없다.
포스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혼혈 소년 눌라다.
영국 귀족인 새라도, 원주민들과 친하게 지내는 토착민인 드로버도 설 곳 없기는 마찬가지.
이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만든 국가가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

끝없이 펼쳐진 대지와 자연의 아름다움.
아이맥스관에서 본다면 더더욱 멋졌을 한 컷 한 컷이 마치 눈 앞에 그대로 보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호주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여행가고 싶어질 절경들이 펼쳐지고, 또 펼쳐진다.
이국적인 도시 다윈에서의 모습도 너무나 매혹적이다. 물랑루즈 역시 이 영화를 위한 실험작이었나보다.
이미 물랑루즈에서 영상의 화려함을 경지로 이끌어올렸다면, 이번에는 거기에 스펙타클을 더해주었다.
음악은 호주 전통음악과 뮤지션들의 음악들로 이루어져 철저하게 호주적인 느낌으로 가득 채웠다.

위기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고, 대자연을 통해서 치유해주려는 오스트레일리아.
언제나처럼 메인 테마는 사랑이었지만,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두 같이 모여 개척한 나라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어서 더욱 뜻깊은 영화.
스토리는 새로울 것 없더라도,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기에 더욱 알기 쉽고 공감하기 쉬운 게 바로 바즈 루어만표 영화의 매력이니까.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욕심도 보여서 약간 아쉬웠을지라도,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엿보여서 앞으로의 다른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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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및 정보 출처 : http://imdb.com/, http://www.cineseoul.com/, http://ko.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