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드라마 산책

브레이크 업 : 이별후애(愛) The Break Up (2006)

by 코코리짱 2010. 1. 2.


남녀간에 자꾸만 엇갈리는 상황과 마음을 잘 나타낸 영화

테이프로 선 긋고 나뉜 공간에서 서로 팔짱끼고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고 있지만, 남자는 앞을 쳐다보고 있다. 포스터만 봐도 남녀의 차이가 눈에 확 들어온다.


새해 벽두부터 왜 케이블TV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필이면 이런 저런 일들로 감상적이 된 상태에서 옛 일들이 떠올라서 일수도 있겠고,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해가 안가던 일들이 제 삼자의 입장이 되니까 너무나 명확하게 이해가 되면서 극 중 브룩의 맘을 너무나 몰라주는 게리가 너무나 야속했다.
그러면서도 서로 왜 속마음을 확연하게 알리지는 못하고 겉돌면서 충돌만 하는 것인지.
연애는 두 사람만의 문제라는 거,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리 도움을 요청하고 조언을 구해봐야 소용없다는 거.
차라리 두 사람이 머리 맡대고 앉아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거를 아무리 머리 속을 알고 있다 한들,
저 상황에서는 절대 이성적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훤히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열정적인 사랑 끝에 찾아오는 이별의 과정을 너무나도 리얼하게 그린 브레이크 업.
제니퍼 애니스턴의 개인사와 맡물려서 나름 주목을 받았던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런 개인사와 상관없이 저렇게나 생생한 이별의 과정을 연기해야 했던 애니스턴이 웬지 모르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영화를 통해서 쏟아내야 할만큼이 아픔이 컸었던 것인지.

아쉽게도 난 영화 초반의 아름답고, 열정적인 두 사람의 사랑부터 보지 못했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갑자기 쌈박질하는 장면이 나오길래 보기 시작하게 된 영화.
그러나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엄청나게 목숨을 건 위대한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 생각에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지냈던 기분 정도는 나도 겪어봤으니까.
상대방의 말 한마디, 문자 하나, 행동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기분을 연애를 한 번이라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012


그렇게 끔찍하게 서로를 사랑했던 두 사람이지만, 쌓이고 쌓였던 서운함이 뻥하고 터질 상황이 오게 된다.
01

늘 해왔던 싸움이고, 그것에 지긋지긋함을 느낀 여자는 이기적인 남자가 정신차리도록 우리 그만 헤어지자고 이별선언을 한다.

여기서 남녀의 생각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늘 하던 다툼의 계속이었다고 생각한 건 두 사람 다 비슷했지만, 이번만큼은 단단히 버릇을 고쳐놓고자 이별선언을 한 여자.
여자가 한 이별선언에 제대로 한방 먹고 충격받은 남자.
문제는 여자는 진심으로 헤어지자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고, 넌 너무 이기적이고 너밖에 모르니까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나에게 신경 좀 써줘,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라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다는 것이고.
남자는 여자의 이별 선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충격받았다는 점.

이별 선언 이후에 그렇게나 사랑하던 남녀는 급속도로 멀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 싶을 정도로 유치하고 사소한 것으로 자꾸만 충돌하는 두 사람.
사랑하면서도 남자를 변화시켜보고자 이별선언을 했기에, 아직 이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계속해서 남자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질투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자극을 해보지만. 이미 여자의 마음이 돌아섰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더욱더 삐딱선을 타고 유치하게 대응할 뿐이다.

01

처음에는 사소한 다툼이라고 생각했고,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벌어져가게 된다.
친구들의 조언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결국은 두 사람의 사랑의 보금자리를 다시 처분해야 하는 시점까지 오게 된다.

같은 공간에 서로 살고 있을 때는 어떻게든 화해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지만, 그 공간이 사라진다면 두 사람의 관계도 결국 끝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


tvn에서 하는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에서처럼 정말 남자 여자 모르고 여자도 남자 모른다.
그렇기에 둘다 더 솔찍하게 대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연애는 결국 당사자간의 문제이니까.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진심을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건 정말로 머리 속으로는 잘 알고 있는데,
막상 하려면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한국 영화로는 김하늘과 윤계상이 같이 나왔던 "6년째연애중"이 떠오르기도 하는 영화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6년째연애중보다는 이 영화가 더 공감갔다.
아마도 극 중 브룩의 대사가 가슴 속에 절절히 전해져와서, 상황이 너무나도 공감가서 그랬던 것 같다.
영화카피 그대로 사랑했을 때는 몰랐던 감정들, 이별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절절하게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까지 뜨겁게 사랑하는 커플이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씨네서울 http://www.cineseoul.com>

'영화, 드라마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6) 2010.01.04
업 (Up, 2009)  (1) 2009.08.10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 (2008)  (0) 200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