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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산책/음악이 있는 영상

롤라 Whatever lola wants (2007)

by 코코리짱 2008. 12. 24.


나만의 춤을 찾아서,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 이국적 밸리 댄스 영화 롤라

영화의 원제인 Whatever Lola Wants는 유명한 재즈 가수 사라 본이 부른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 제목처럼 롤라는 원하는 건 모두 쟁취하는 여자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Pathe Films / Ali'n Productions , (주)세종 커뮤니케이션스

댄스 영화를 좋아하지만, 정말 볼만한 댄스 영화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댄스 영화가 개봉하고 제작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하는 요즘의 상황.
그런 와중에 너무나 아름답고 이국적인 포스터에 반해서, 이집트가 배경이고 조금은 생소한 벨리 댄스를 소재로 만든 영화라는 사실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보게 된 영화 롤라.

마치 플래시 댄스처럼, 그 유명한 페임처럼 오디션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금발머리의 푸른 눈을 가진 예쁜 아가씨가 열심히 춤을 추지만, 오디션마다 떨어지고 댄서에서 우체국 직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일상에서도 빨간 구두를 신으면서 스탭을 연습하는 롤라는 댄서의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서처럼 춤에 신들린 카렌처럼, 동화에서 춤추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 비춰졌듯이 이후 롤라의 이집트에서 행보가 어떨 것인가를 암시하는 느낌이 있다.)

댄서가 되고 싶지만, 막연히 꿈꾸고 있을 뿐 뭔가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가 없었던 롤라.
그러던 어느날 단짝 친구가 보여준 이집트의 전설적인 벨리 댄서 이스마한의 댄스 비디오는 롤라에게 훌룡한 롤모델이 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목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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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게 태어났지만, 자신의 재능을 믿고 운명을 개척해서 최고의 댄서가 된 이스마한을 보며 꿈을 키워나가고.
친구의 레스토랑에 드나드는 유명 안무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즉흥 댄스를 선보이던 롤라는 일하면서 운명적으로 마주쳤던 매력적인 이집트 남자 잭과 또다시 재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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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우체국 정직원 자리와 댄서로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던 어느날. 진로를 고민하던 롤라는 댄서의 꿈을 접지 않기 위해서 정직원 자리를 포기하고, 깊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 잭과 심하게 다투고 헤어지게 된다.
댄서와 이스마한이라는 이름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던 잭. 과연 이스마한과 댄서라는 단어가 이집트에서는 어떤 의미이기에...
진정으로 원한다면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갈망하는 만큼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이집트 격언과 꽃을 놓은 채 홀연히 떠난 잭.
잭이 자신에게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었던 롤라는 사랑하는 남자를 쫓아서 이집트로 가게 된다.
어찌보면 무모하지만, 아직은 젊기에 저질러 볼 수 있는 여행.

사랑하는 남자를 쫓아 왔지만, 미국 위스콘신 출신 토박이인 롤라에게 이집트는 완전 별세계이다. 심지어는 호텔에 묶는 것 조차 합법적으로 결혼한 부부만이 가능한 엄청나게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와의 충돌.


운명적인 사랑을 쫓아 감행한 이집트행이었지만,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와의 충돌.
미국에서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집트 남자 잭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한 롤라는 상처를 받게 된다.
너무나 낯설기만 이집트 땅에서 자포자기한 그녀에게 남은 희망이라고는 춤에 대한 열정뿐.
이스마한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다시 벨리 댄스에 대한 꿈을 키우며, 이스마한을 찾으러 다니는 롤라.
그러나, 이집트 그 어디에서도 그 이름에 대한 언급은 금기이고 이스마한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벨리 댄스에 대한 시선조차 그리 곱지 못하다.
롤라가 매혹적이고 신비롭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레스토랑과 나이트에서 벨리 댄스를 추는 행위는 매춘과 같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 원래 벨리 댄스의 기원이 종교적인 의미(다산의 의미)에서 시작해서 세속적으로 옮겨와서인지 이 춤에 대한 그들의 시선도 상당히 이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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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아직은 자신의 재능은 확신하지 못하는 롤라. 
그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자신만의 춤.
과연 롤라는 그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벨리 댄스에서 무아지경인 타랍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무작정 이스마한을 목표로 삼은 롤라는 자신만의 색을 지닌 춤을 찾아갈 수 있을까.
 
영화는 사랑과 모든 것에 절망하고 춤에서 자아를 찾아나가는 젊은 여성과 춤의 경지에 올랐지만 한 순간의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여인의 삶을 교차시키며 보여주고 있다.
어찌보면,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어리고 미성숙한 롤라를 다듬어가며 도움을 주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면서 정체되었던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나가기 시작하는 이스마한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다. 젊고 아름답지만, 이리저리 충돌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롤라와 삶의 굴곡을 겪으면서 강인해진 모습을 보이는 성숙한 여인 이스마한은 서로 의지하고 서로간의 상처를 아물게 해준다. 
자신을 위해서 네 에너지를, 감정을 쏟아부어 춤을 추라고 하는 이스마한. 
상처받은 내면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벨리 댄스.

세상과 단절되어 칩거했던 이스마한이 정원을 다듬고 나와서 제자인 롤라와 정원에서 탱고를 추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롤라보다 오히려 더 많이 변화한 것은 이스마한이다.


원제처럼 강하게 원하는 것은 결국 얻고야 만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영화 롤라.
언제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무모하다 싶을지라도 일단 행동해야 한다는 점과 늦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다.
춤을 추는 단 한순간의 무아지경도, 사랑에 빠지는 것도 단 한순간이듯이. 인생은 흘러가지만 그 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사면초가의 상태일지라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비록 자아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여주인공 롤라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조금 많이 부족했을지라도,
스승인 이스마한의 모습에서, 표정에서 인생의 무게가 전해져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비교적 힘든 벨리 댄스 영화이기에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웠던 영상이었다.
영화 원제가 Whatever Lola Wants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접속의 메인 테마곡으로 쓰였던 "A Lovers Concerto"의 사라 본이 부른 노래제목과 동일하고 메인 테마도 역시 이 곡이다. 단지, 재즈와 피아졸라의 탱고가 뒤섞인 듯한 원곡에 나타샤 아틀라스가 아랍적인 멜로디를 가미해서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 더해졌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라비안 나이트가 절로 연상되는 노래여서, 영화 끝나고 한동안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 끝까지 듣고 나왔다.
이국적인 정서와 분위기에 흠뻑 취하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다.
영화의 백미인 결혼식 피로연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롤라의 벨리 댄스 장면에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매혹될 것이다.
베일 아래 가려진 벨리 댄스의 리듬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잊지 말고 꼭 체크해서 봐야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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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및 정보 출처 : http://www.cineseoul.com/ , http://www.sensac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