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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장소들

삶이 힘겨울 때나 마음이 괴로울 때는 대자연과 예술의 힘을 빌리세요.

by 코코리짱 2008. 4. 9.

삶이 당신을 외면한다고 생각되거나, 마음이 몹시 괴롭고, 이런저런 고민으로 미칠 것 같을 때는,
살아있는 생명이 역동하는 대자연의 품을 빌려보자.
대학시절 언젠가, 심리학 수업 때 보았던 "Dead alive"라는 영화에서 대자연 힘 앞에서 인간은 숙연해지고,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작아짐을 느낀다고 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작아짐과 동시에 자연의 위대함도 느낄 수 있다고 하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좀 더 크고 넓게 볼 수 있게 된다고. (물론 사람 나름이겠지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겠지.)

최근 이런 저런 고민으로 끊임없이 머리가 아팠는데.....
내 성격상 그 누구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털어놓는다고 고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가슴은 탁탁 막히는데,,,,,,
오늘은 정말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 들더라.
그냥, 어머니를 앞에 두고 나이드신 분들이 속절없이 말씀하시는 애기들을 그냥 듣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었다.
몸 상태는 엉망이지, 비는오지, 어머니는 미리 말씀드렸는데도 도움되는 딸내미가 나간다고 하시니 엄청 섭섭해하셨지만.......
섭섭해하시는 어머님을 뒤로 하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괴롭거나 힘들 때 잘 가는 곳 중 한 곳인 국립 현대 미술관을 갔다.
(바다에 가자니, 매섭게 몰아치는 비바람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 뭐, 국립 현대 미술관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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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국립 현대 미술관

어머니를 돕고 하다보니, 예상시간보다 좀 많이 늦어져서 마감시간쯤 되어 도착하는 바람(힘든데 코끼리 열차나 탈 껄.)에 좀 정신없이 구경했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보니까 좋더라.
이 곳은 친구가 권해줬던 장소로, 친구랑 여기와서 동물원 구경도 하고 그림도 보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무려 근 2~3년전 이야기겠지만.

나는 그 후로도 가끔씩 아주 가끔씩 너무 힘들어질 때 이 곳에 와서 대자연, 꽃들과 예술작품들로부터 많은 위안을 얻었다.
오늘은 비가 엄청와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벚꽃이 활짝(아직 피어오르는 시점이었지만) 피어서 참 이뻤다.
비록 비바람에 옷이 다 젖어서 몹시 추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역시 꽃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나보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길은 나같이 감정이 메마른 사람의 가슴에도 감동을 주더라.
(최근 꽃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기는 했지만.)

비록 너무 늦어서 전시회는 대략 대략봤지만, 가끔씩 여기와서 몇시간이고 그림을 계속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고 찬찬히 지켜보는 느낌이 너무 좋다. 혼자와도 좋고, 둘이 와도 조용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라 좋다.
그림은 많이 못 보았고, 바깥에 있는 조형전시물들을 심심해서 열심히 찍어봤다.
근데, 인간적으로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가뜩이나 컨디션도 극악인데, 비실비실 시체같은 나의 몸을 이끌고,
비바람 폭풍 몰아치는데 핸드폰을 비바다로 만들면서 사진을 찍기란 많이 힘든 상황.

날씨가 좋았다면, 서울랜드로 건너가는 다리 앞에 있는 잔디밭에 잠시 앉아있거나 걸어가도 참 좋았을텐데.
(저번에 왔을 때는 신문지 깔고 잠시 누웠을 정도.) 더군다나 돌아갈 때 밤시간 리프팅 타고 내려오면서 서울랜드의 야경이나 불꽃놀이 같은 거 보면 엄청 멋지다~

아무튼 삶의 무게가 힘겨워질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나이들면 들수록 뭔가 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내서 타인에게 이야기하기란 힘들어지는 것 같다.)이 없을 때, 과감하게 대자연과 예술작품에 몸을 맡기시길.......
마음과 생각이 한결 정화되고, 승화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몸이 괴로워도 마음이 가벼워지니 너무 좋다.
이걸로 한동안 감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일요일 친구와 투란도트 공연갈 껄 생각하면 열심히 컨디션 조절해야지.
그래, 넌 잘 할 수 있을꺼야. 나를 향한 격려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