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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면 끄적끄적

잊고 싶은데 잊을 수 없는 기억

by 코코리짱 2008. 5. 22.

세상을 살다보면, 잊고 싶은데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잊었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생생하게 기억나서 주기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그런 기억.
만화 박은아의 불면증 가장 마지막에 나왔던 주인공의 독백처럼...
상처나 기억은 지워진다기보다 갈리고 연마된 사이다병 조각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저편에 조용히 가라앉아있다가, 어느덧 떠오르고. 생각나고.
슬픔과 눈물은 이미 아주 예전에 다 쏟아부어서, 더 남아있지 않지만.
매년 5월달 이맘 때가 다가오면, 지나가다가 뭔가(너무 자주봐서 잊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를 보면 그냥 생각나서 우울해지곤 한다.

5월이면 항상 들뜨는 분위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5월은 나에게 있어 가장 우울한 시기가 되고 말았다.
기분이 이상하게 팍팍 가라앉으면, 그건 5월이 다가왔다는 증거.
더 나이를 먹게되고, 더 바쁜 일상에 쫓기게 되면 잊혀질 기억일까?
아니면 아직 더 많은 세월이 지나야 잊혀질 기억일까.

슬펐던 기억일지라도 그래도 기억해주고 싶다.
언제까지나.
잊혀질 이름이라면, 불려지지 않을 이름이라면, 그 누가 이름을 달고 다닐까.
비록 뭔가 꽃피우기 전에 사라졌다 할지라도 나만은 죽을 때까지 기억해주고 싶구나.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나는 잘 지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