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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면 끄적끄적

사랑니 뽑기 - 셋째날 <공포의 아래쪽 사랑니 뽑기>

by 코코리짱 2008. 6. 3.
별로 쓰고 싶지는 않지만, 나중에 읽으면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세히 기록하기로 한 사랑니 빼는 과정.
그래도 사랑니 뽑는 걸 적으면서 누추한 블로그에 찾아와서 이웃이 된 블로거도 있는 걸 보면, 언젠가 세월이 흐른 후 읽었을 때 배잡고 웃겠지.
지금은 고통스러울지라도. =_=

오늘은 비가 왔다.
마침 게릴라성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예약시간보다 30분가량 늦었다.
예약에 늦은데다가, 손님들은 역시나 바글바글. (전부 예약 손님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초초하다.
아시다시피 치과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무섭다.
드릴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즐거울 리 만무하다.

치과 끝나는 시간 바로 1시간전에 와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기다리는데 의외로 빨리 내 차례가 왔다.
손님들은 엄청나게 대기 중인데, 의사 선생님 혼자서 엄청 바쁘게 움직이신다.
이 환자 치료했다가, 저 환자 치료했다가~ 선생님 혼자서 치료하시는건가.
(내가 알기론 원장이 2분이나 되는데, 생각해보니 난 원장님께 치료받은 적이 없어서 원장님 얼굴을 모른다.
 치과 이름도 꽤나 종교적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원장님이 어느 교회 장로님이라고 하시네. 
 쿨럭. 원장 선생님이 키 크고 멋지게 생겼다는데... 저번에 한번 옆에서 치료하는 걸 본 적이 있는 정도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울동네에서 가장 잘하고 가격 또한 착한 곳이니 환자가 적을 수가 없지.

언제나 상냥하게 인사하시는 친절한 의사 선생님. (친절해서 더 무섭다.)
의사 : 오늘은 어디를 뽑을까요? (물어볼 때 웬지 신나신 것 같이 들리는 건 나의 착각?)
나 : 왼쪽 아래쪽 뽑아주세요.

실은 그나마 아프지 않고, 뽑기 편한 위쪽부터 다 뽑을까 했지만,
걍 왼쪽부터 다 빼기로 맘 먹었다.
아프지 않은 쪽부터 뽑아달라며 엄살만 가득했던 환자가 아래쪽 사랑니 뽑아달라니
의사 선생님 재확인하시네.
아니, 사실 의사 선생님은 눈썹 휘날리게 바빠서 아무생각 없으셨을지도.

마취하는데, 위쪽 마취할때랑 좀 다르다.
그냥 잇몸에 가볍게(?) 하던 마취와는 달리 좀 넓은 부위를 마취하는 듯하네.
더군다나 마취가 제대로 될때까지 기다리기까지 해.
중간중간 나를 치료하시다가 이 환자, 저 환자 바쁘게 치료하시는 의사 선생님.
오늘 충치치료는 그닥 아프지 않았고,
마취주사도 실은 그닥 안 아팠다.
1번 당해보고고 나니, 더 아프고 말 것도 없더라.

아프지는 않은데, 상대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중간중간 좀 있으니까 무서움은 100배. =_=
의사 : 입술이랑 입안이 얼얼해요? 마취된 거 같아요?
나 : 네, 얼얼해요.
턱부분이 내 맘대로 안 움직인다. 쿨럭. 아래쪽 마취당하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마리오네트 턱 같은 느낌이랄지. 딱 그 느낌.

중간에 충치치료하고 이쁜 간호사 언니가 씹어보라고 하고, 높이감이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솔찍히 이야기 하자면, 마취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

좀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더군다나 안경도 쓰지 않아 앞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내 꾸진 이빨 엑스레이를 보고 있자니 초 민망)
옆에서 의사 선생님과 어느 환자가 전동 칫솔과 일반 칫솔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의사 선생님은  당근 일반 칫솔이 좋다고 말씀하시는 듯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본인이 힘 조절을 할 수 있는 일반 칫솔이 좋을 듯하다.
제대로 된 칫솔질을 모른다면 의사 선생님한테 알려달라고 하면 되잖아.
(실은 나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봤다. 올바른 칫솔질에 관해서, 모르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http://ehappydental.com/bbs/zboard.php?id=chia 
- 치과의사 송기삼 선생님 홈페이지라는데 좋은 정보가 가득.

드디어 뽑는 순간. 흐흑.
의사 : 사랑니 뽑습니다~ (웬지 이 순간 의사 선생님 신나신 것 같았어. 나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나 : 흐흑.ㅜㅜ

흠흠흠.
솔찍히 말하자면 위쪽보다 뽑기 힘들었던 거 같다.
사실 엄청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과정이 무섭다. 과정이!!
우선 의사 선생님이 내 턱잡고 뽑았던 거 같다.
생각보다 잘 안 뽑히는지 꽤 여러번 흔들었던 것 같은데,
위쪽 뽑을 때는 그냥 뿌리가 뽑히는 느낌이 거슬리고 아팠는데.
아래쪽은 이빨 흔드는데, 턱전체가 움직이는 느낌이야.
그게 무섭고 아파서 손 한번 들었음. =_=

간호사 : 잘 참고 계십니다.
나 : .........(잘 참고 있기는 커녕, 울지 않기 위해 이 악물고 참는 중.
                이 때의 심정 '의사 선생님 차라리 절 그냥 기절시켜주세요.'ㅠㅠ)
의사 : 중간 사이즈 갔다주세요. (작은 사이즈로 할려다가 안되어서 중간사이즈로 하는걸까.ㅠㅠ)

아, 웬지 내 이빨이 펜치에 집히는 느낌 아주 안좋다. 아주.
더군다나 얼굴은 가렸어도 내 이빨을 스치는 치과도구들...ㅠㅠ
(오히려 충치치료의 드릴의 경우에는 이젠 갈리는 느낌을 즐길 정도지만 말이다.)

암튼 오늘 꽤 여러번 흔들었어. 더군다나 의사 선생님이 내 턱 잡고 흔드는 느낌은 너무 끔찍스러웠다.
뽑히는 순간은 오히려 아무런 느낌도, 감흥도 없다.
난 사실 내 이빨 뽑힌 거 한번 보고 싶은데(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는 매복치는 아닌지, 꼬매지는 않더라.
오늘은 출혈이 컸는지 적었는지 모르겠다만, 저번에 비해서 꽤나 아팠다.
그치만 많이 참았다. 어른 체면에 한 번 울었으면, 많이 운거다. 두 번 울 수는 없지.

바쁜 의사 선생님을 뒤로 하고, 마취가 안 풀린 상태에서 멍하니 짐 챙기고 나와서 주의사항을 듣고 있노라니.
아래쪽은 마취풀릴 때까지 4시간이나 걸린데.
지금 얼추 2시간 지났는데, 죽겠다. 
저번의 딱 2배로 왼쪽 턱과 이빨 전체가 막 아파오기 시작한다.
마취 풀리면 정말 미친듯이 아파올 것 같다. 흑흑흑.
저번엔 금방 피가 멈춘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오늘은...ㅠㅠ
잘 안 멈추는 것 같아.
비도 오고 너무 아파오는구나.
입안에 느껴지는 비릿한 피맛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더군다나 아까 재채기 했을 때는 피까지 튀었어.)

피곤하고 기운 없어라. 체력 딸리는데, 치과 치료를 너무 무리해서 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그래도 앞으로 2번만 이 짓을 하면 끝이다. 만쉐~

p.s. 약국에서 치간 칫솔을 봤는데, 나 치실질도 못하는데 치간 칫솔이라도 살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