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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전

나에게 문화적 충격을 준 전자거문고 아티스트 김진희 콘서트

by 코코리짱 2008. 12. 5.


후기를 작성하기에 앞서, 음악쪽으로는 거의 문외한 수준임을 밝힌다.
클래식 조금, 좋아하는 음악이나 노래를 들으면 그냥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적어놓는 정도일 뿐.
음악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아는 수준이 아니라서 대화할 때 음악관련 이야기 나오면 넋놓고 듣는 수준.
국악 자체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김덕수와 사물놀이패,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자들이 연주했던 캐논변주곡이 우리 음악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줬던 계기였었다.
어쨌건간 그랬던 나에게 전자거문고 아티스트라는 말은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
언제나 호기심에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그것부터 먹고 싶어하고, 간식 종류도 신제품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걸 좋아해서 안 들어봤던 음악인데 웬지 궁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게 된 전자거문고 아티스트 김진희 콘서트.

삼성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강남 한국문화의 집 KOUS.
밤눈 어두운 길치인데다가 같이 가는 일행도 처음 보는 분인지라 혹시라도 길잃으면 체면 안서는데 다행히도 길 안 헤메고 잘 찾아서 갔다. 나 웬지 기특. 이제는 혼자서도 잘 찾아. 물론 약도가 있는 상황에서만. =_=

공연이 열렸던 공간. 자그만한 아늑한 공간에 뿌연 공연장이 웬지 모르게 몽환적인 느낌. 폰카라 잘 보이지 않지만, 저기 바로 보이는 맥북이 압권.


한국문화의 집이라 그런지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거문고와 가야금의 차이를 모르는 나에게는 이 공연 자체가 그냥 크로스 오버의 느낌, 동서양을 잘 융합한 그런 장르의 음악일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문외한의 착각.
공연이 시작되면서 보이는 영상의 멘트(아마도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을 보면서, 최근 복잡했던 머리 속이 웬지 맑아지는 기분.

공연이 시작되면서 초반은 솔찍히 적응하는 단계라고 해야 할까.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는 그런 상황이 계속해서 지속되는 느낌이었다.
거문고와 전자거문고를 연주하시는 김진희씨와 타악기를 맡으신 게리 헤밍웨이가 같이 연주하는 초반곡들은 말 그대로 문화적 충격에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
너무 생소하고 못 보던 것이고, 듣지 못하던 것이라 신기하고 새롭기는 한데, 이해하기는 어려운 그런 기분이었다.
초반 공연이 정적으로 진행되었던 반면 영상은 역동적인 느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
최근 전시회를 보러 댕기면서 영상 아트전을 많이 봐왔지만, 항상 난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 공연도 역시 나에게는 어려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예술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공감하는 게 예술이고 공연이기에 최대한 이성을 배제하고 감성으로 느끼려고 노력했다.
문화적 충격상태에서 벗어난 공연 중반쯤에는 갑자기 앉아서 정적으로 공연하시던 분들이 모두 일어나서 공연하시기에 깜짝 놀랐다.
초반 공연에서 조용히 앉아 정적으로 연주에만 집중하시던 두분이 같이 일어나시더니만, 갑자기 합류한 뱀부트립과 같이 공연.
그러나 정적인 연주보다는 갑작스럽기는 해도 역동적인 공연이 개인적으로는 더 흥겹고 즐거운 느낌이었다. 
역동적인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반대로 영상의 느낌은 상당히 정적. 서로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몽환적인 여성보컬의 목소리와 함께 맑고 청아한 해금의 소리. 그리고 드럼과 섹소폰, 일렉트릭 기타와 대금 등.
중간에 보여줬던 퓨전 에스닉 밴드 뱀부트립의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꽤 많은 타악기들을 한 연주자가 각기 반복하면서 뭔가 흥겨우면서도 즐거운 재즈풍의 음악을 연주하는데, 문외한이라 그런지 정확히 어떤 풍의 음악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듣는 내내 리듬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춤을 추고 싶었던 기분이었다.
혹시라도 다시 공연한다면 꼭 보러 가고 싶었으니~

같은 악기도 어떤 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다양한 소리가 나는 점.
그리고 그렇게 많은 타악기들을 한꺼번에 연주하면서도 어떤 일정한 리듬이 나온다는 점.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악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연주를 한다는 점.
이런 점들이 너무나도 잘 와닿는 공연이었다.
단지 프로그램을 봐도 끝과 시작을 잘 구분하기가 힘들었달까.
이어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많았는지라, 중간 중간 확실히 휴식시간이 있는 클래식 공연과는 확실히 달랐다. 

즉흥 공연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웬지 자연스러워보였던 것은,
관객들과 처음 만나서 교류하듯 찬조출연하는 분들도 같이 처음 만나서 였을까?
문화적 충격상태에서 벗어나서 익숙해지기까지 이해하기 쉬운 공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넓혀준 기회였다.

공연이 끝난뒤의 무대. 전자 거문고와 맥북, 그리고 드럼, 김진희씨와 헤밍웨이씨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공연. 팜플렛의 연주자 김진희씨가 관객 여러분에게 드리는 인삿말이 정말로 인상적이어서 옮겨본다.

이자리에 오신 분들은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창작예술의 충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들입니다.
저도 세계50여개국에서 공연할때마다 새로운 얼굴, 문화, 음식, 소리를 접하는데 이처럼 인생은 어제와 다른 것을 발견하는 여행인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할수록 세상경험과 생각의 폭이 넓어집니다.
이것을 반복하다보면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게 됩니다.

오늘 프로그램은 거문고 창작음악과 세계유일한 전자거문고 음악입니다.
이 소리는 즉흥연주로 연주할때마다 새롭게 표현됩니다.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에 따라서 또 달라집니다.
게리 헤밍웨이와 즉흥연주를 여러번 했지만, 늘 그랬듯이 오늘 또 달리 연주합니다.
이것이 즉흥 음악의 매력입니다.

게스트 아티스트 뱀부트림과의 초면 대화를 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알고자 하는 처음 시도 측흥입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공연 새로운 소리를 첫번째 경험하시면 다음기회 두번째 즉흥은 낯설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난지 28년간 세계 각곳에서 만난 훌룡한 음악가들과 함께한 거문고의 공연들을 앞으로 하나하나씩 한국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내가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웬지 모르게 말끔한 정리를 해 준 듯한 공연이어서 더욱 인상깊었던 공연.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느끼면서,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있는 사람.
너무 좁은 세계에서 살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오늘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문 두들겨보고 싶은 사람.
그래, 모든지 첫시작, 첫출발이 어려울 뿐 일단 한 발자국 내딛으면 또 다른 세상이 내눈앞에 보일 수 있다는 걸.
타인과의 교감이란 그런 것이라는 걸 깨달게 해준 전자거문고 아티스트 김진희씨의 공연.

다음 기회에 본다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참 궁금하다.

이 공연을 통해서 내 머리 속에 각인된 색다른 퓨전 에스닉 밴드 뱀부트림 : http://club.cyworld.com/bambootrip
언젠가 공연하면 꼭 보러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