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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서재

여왕으로 태어나서 여왕으로 죽어갔던 한 여성의 불꽃같이 치열했던 삶을 그린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by 코코리짱 2009. 2. 5.

헨리8세는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이야기꺼리를 남긴 왕일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서 새로운 종교를 만들었던 왕이기도 하고, 6명의 부인과 결혼했으며, 그 중 2명은 사형대로 보내기도 한 왕. 그리고 그렇게나 간절히 바라던 후계자를 얻었으나,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 그 후 잉글랜드의 왕권은 항상 불안했다.
살아있을 때도 이야기꺼리가 많았으나, 오히려 죽고난 뒤 그의 딸들인 메리와 엘리자베스가 더 많은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냈다.
아버지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대영제국을 세운 엘리자베스.
후계자 에드워드6세가 죽고나자, 불안했던 영국. 메리보다 먼저 왕위에 올랐지만, 9일만에 폐위되고 목숨을 잃었던 레이디 제인 그레이가 있었고, 엘리자베스는 간신히 목숨을 건져 메리에게 유폐당해서 시간을 보내다가 훗날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에게도 라이벌이 있었으니, 바로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때도 선생님이 너무나 재미있게 설명해주셨고,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면서도 흥미있게 읽었던 영국역사이지만,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에 대해서는 대학시절 읽은 2권짜리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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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소설가이면서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역사 소설들은 극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어서 절대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마리 앙투와네트를 읽으면 상당한 안타까움이 전해져온달까.
메리 스튜어트 역시 그러한 안타까움이 전해져온다.
매력적이면서도, 여왕으로 태어나 당당한 여왕으로 살았지만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실수로 인해 추락하는 여인에 대한 아쉬움이 절절히 전해지는 기분이다.
태어나면서 이미 여왕이었던 메리 스튜어트. 어린 나이에 프랑스의 여왕이 되어서 모든 것을 누렸던 여인.
그리고 태어난 뒤 얼마되지 않아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고, 어린 나이부터 목숨의 온갖 위협을 받으면서 유폐당해야 했던 엘리자베스.
노력하지 않고도 모든 게 주어졌던 한 여인과 모든 걸 다시 쟁취하기 위해 조심조심하며 싸워야 했던 또다른 여인.
두 여인간의 경쟁구도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메리 스튜어트는 여왕이면서도 여성으로 살았던 여인이었기에 웬지 흥미로웠다.

2004년 영국 BBC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EBS와 앨리스TV에서 방영되었던 반역의 불꽃(Gunpowder, Treason & Plot)


메리 스튜어트과 그의 아들 제임스1세의 이야기를 그린 BBC드라마 반역의 불꽃(Gunpowder, Treason & Plot). 종교개혁과 메리 스튜어트, 제임스1세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1부에서는 신교세력과의 갈등과 권모술수 및 음모와 배신이 가득한 스코틀랜드의 귀족들이 득실거리는 와중에 프랑스에서 미망인이 된 메리 스튜어트의 귀환 및 그녀의 짧고도 파란만장했던 일대기를 그렸다. 
그리고 많은 부분 (특히 1부의 내용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와 비슷하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언급했듯이 마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짧지만 불꽃같았던 사랑처럼, 맥베스와 햄릿에서의 비극처럼 그녀의 인생은 성난 파도처럼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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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소녀에서 당당한 왕비로 거듭나기까지의 모습, 그리고 어린 나이의 똑똑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한순간의 실수로 철저하게 추락하는 모습도 그려지고 있다. (메리 스튜어트역에 클레어 데인즈를 살짜쿵 닮은 실제 프랑스 출신의 여배우 클레멘스)
어린 나이에 스코틀랜드의 여왕이 되어 나이 많은 대신들에게 수모는 대놓고 당하고 이성보다는 감정에 너무 솔찍한 여왕이었기에 너무 빠른 비상과 동시에 더더욱 빠른 추락도 했었던 비극적인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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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사랑하던 남성들은 그 댓가로 죽거나 ,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지켰던 아들 제임스1세에게도 철저하게 배신당하는 여자.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보면 이러한 메리 스튜어트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너무나도 시적이면서도 슬프고 안타깝게~ 

메리 스튜어트에게 구혼하거나 그녀에게 봉사한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행운이 길을 비쳐준 적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엘리자베스와 메리 스튜어트 사이의 승부를 결정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언제나 행운이 따랐고 메리 스튜어트에게는 언제나 불운이 따랐다.
이 두 사람은 힘으로 겨루거나 인물로 겨루면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그들은 운명의 별자리가 달랐다.

그러므로 단두대에서 남긴 노포크의 말은 두려울 정도로 진실에가깝다.
'그녀가 시작하거나 그녀를 위해서 시작된 어떤 일도 유리하게 끝난 적이 없었다.'
보스웰을 만난 날부터 그녀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어두운 달빛이 비쳤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몰락하였고,그녀가 사랑한 사람은 쓰라린 열매를 거두었다.
그녀에게 잘해주려는사람은 오히려 해를 입혔고 그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위해서 일했다.
배들을 끌어들이는 동화 속의 검은 자석산처럼 그녀는 많은 운명들을 자신의 운명 속으로 끌어들였다.
죽음의 마법이라는 어두운 신화가 천천히 그녀의 이름을 둘러쌌다. - 2권 p198

2부의 주역인 제임스 6세는 오히려 어머니와 반대입장의 상황. 어머니와 달리 신교를 믿었던 그는 구교도를 핍박하고, 쫓겼어도 비굴한 상황에서도 여왕이었고, 기품있고 당당했던 어머니와는 너무 대조적인 아들.
어머니가 그토록 염원했던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두 왕국의 통일한 왕위에 올랐지만, 신체 장애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너무 눈치를 보면서 커서인지 무엇하나 자기 의사로 진행 못하고, 기가 드센 마누라한테는 맨날 죽어살고.
비굴모드의 왕과 거지왕, 콤플렉스 덩어리의 싸이코 진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준 제임스.
(풀몬티의 로버트 칼라일의 연기와 포스 제대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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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6세 뒤에서 모든 걸 조정했던 세실경과 권모술수에 강한 지략가적인 면모를 보여주던 엘리자베스1세.
(드라마상 시종일관, 메리가 합방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아기가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 히스테릭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메리의 이복 오빠인 제임스를 꼬득여서 메리를 괴롭히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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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메리 스튜어트에게 매료되고, 그녀 인생에서 가장 주목했던 기간은 바로 이십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흘러가던 2년간의 시간이다. 바로 가장 어리석었던 그녀의 세번째 결혼식의 상대인 보스웰과 사랑에 빠지고, 그 이후 몰아닥친 위기의 끝에서 다시 일어서려 했던 절대로 타협하지 않던 내면의 불꽃이 타오르던 시기의 메리 스튜어트.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너무나도 기구하고 비극적이면서도 짧았던 전성기의 메리 스튜어트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전기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좋아하지만, 상당수의 소설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했던 반면 슈테판 츠바이크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그녀의 짧지만 빛났던, 그리고 죽음마저도 모욕적이고 불행했던 메리 스튜어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다시 한번 이 책의  재출간을 기뻐하며~
저주받은 피에 젖은 왕관(모략과 권모술수가 가득한 스코틀랜드 왕좌는 항상 암살의 위협으로 피로 얼룩져있었다.)을 쓰고 태어났지만, 불꽃처럼 한순간을 치열하게 타올랐던 여왕이었으나, 여성으로의 매력과 기품도 뛰어났던 메리 스튜어트의 이야기에 푹 빠져보시길 바란다.

출처 알라딘.이마고에서 재출간된 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이미지 및 정보출처:http://www.tudorplace.com.ar/Pelicula/GTP.htm
http://moviescreenshots.blogspot.com
http://imdb.com/
http://www.bbc.co.uk/northernireland/drama/gunpowder/index.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