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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면 끄적끄적

5월 24일 그 녀석이 세상을 떠났던 날.

by 코코리짱 2008. 5. 25.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지고,
나름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으니,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

나에게 있어서 또래의 나와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그러면서도 같은 동아리에 있었고. (실은 내가 막 가입하라고 열심히 꼬셨던 아이였구나.)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같은 단대라서 하루에 적어도 한번씩은 마주치고.
같은 수업도 아마 들었었을까?
그건 잘 기억 안나지만 군충내나는 지하 동아리방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두 세번은 마주치던 녀석.
아주 친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얼굴보면 즐겁고 같이 이야기하면 재미있었던 녀석.
좀 날카롭고 올 곧은 이야기도 해서, 날 뻘춤한 기분에 들게 했던 그런 녀석.
(한 마디로 느슨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타이트하게 살라고 채찍질 가하는 대사도 뿜던 녀석.)

그 녀석이 바로 세상을 떠났던 날이 어제네.

대학교에 들어와서 첫 축제 쯔음. 생각했던 대학생활과 너무나도 다른 하루하루에, 염증을 느낄 무렵.
그 때 그 녀석은 나와 대학생활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었고.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우리 열심히 알차게 대학생활을 보내자고 굳게 약속을 했었는데.
바로 그 날 저녁 그 녀석은 사고를 당했고, 축제가 끝날 무렵 세상을 떠났다.

그 젊은 나이에, 아무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실 모르겠다. 그 녀석이 나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였는지, 살아있었다면 뭔가 다른 관계가 되었을지도.
그런데, 그 날 아침을 기억하면 그냥 슬프다.
내 곁에서 오열하셨던 그 애 어머니를 기억하면 가슴아프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이맘때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늘도 기분이 가라앉아서 바닷가를 갔다.
바닷가를 보면서, 못 다핀 청춘이었던 그 녀석 생각을 했다.
이름도 기억나는데 그 애와 대화한 것도 엇그제 같은데,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렀구나.

왔다가 다시 가는 파도처럼.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는 사람이란 없다.
난 이 녀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다음부터 그걸 실감하게 되었다.
만남이 있다면 언제 있을지 모르는 갑작스런 이별에 대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놔야 하는 것.
그 후부터 모든 사람들과 만나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항상 이별의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좋아 사람들을 만나지만, 언제 떠나도 상대방에게 흔적조차 남기고 싶지 않고,
상대방의 흔적도 내 맘 속에 남기고 싶지 않는 그런 공기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이영애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고..큭큭.)
언제 사라져도 어느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도록, 슬퍼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