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모녀 관계에 대해서 친구들과 하는 말이 있다. 모녀관계는 정말 기묘하게도 편한 것 같으면서도 긴장감있는 관계라고.
편한 것 같으면서도 절대 편하지 않은 관계라고 한다. 이유는 어머니나 딸이나 서로 아무리 넘치도록 애정을 쏟아부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과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서로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두 사람은 뭘해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딸은 어머니의 맘에 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뭐든 어머니 맘에 차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어머니는 딸에게 아낌없이 쏟아붓고 또 쏟아부어도 모자라지 않을까 하면서 서로 속상해하는 그런 관계.

어머니에게 그런 걸 느끼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도 그런 상황이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나 행동에 늘 불만은 느끼지만, 결국 어머니 말대로 행동하고 하라는대로 하게 되는 친구들 그리고 나.
이미 독립을 훨씬했었어야 하는 나이를 지났음에도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남녀들이 다 이런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독립을 원하는 딸들이 꼭 읽어야 할 심리 치유 에세이
독립을 원하는 딸들이 읽어야 할 심리 치유 에세이
엄마, 왜 항상 나만 양보해야 돼?

이 카피가 너무나도 맘에 와 닿아서 읽게 된 착한 딸 콤플렉스.
착한 딸 콤플렉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하인즈 피터 로어 (레드박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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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 콤플렉스란 항상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타인의 의지로 행동을 결정하는, 의존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라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 하고있다. 그리고 그러한 의존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비유적으로 동화를 통해서 치유해주고자 한다.
동화는 그림형제의 "거위치는 소녀".
프롤로그에는 거위치는 소녀의 내용을 소개하고 의존적 자아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수많은 심리 치유 에세이가 그러하듯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에 대해서 동화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를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심리 치유 에세이를 읽으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읽은 후에 속이 말끔하게 후련해지지는 않더라도 뭔가 짐을 덜어놓은 느낌이 들었다면, 이 책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고, 읽은 후에도 역시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편하게 읽을 수 없는 책이기에 읽다가, 한 템포 쉬었다가 읽기를 몇 번 반복해서 간신히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녀상을 그렸다고 생각했던 미국드라마 길모어 걸즈였다.
그냥 보기에는 나이 차이 얼마 나지 않는 친구같은 모녀이고, 어머니를 쏙닮은 푸른 눈동자에 짙은 머리카락.
너무나 닮은, 이름까지 비슷한(엄마는 로렐라이, 딸은 로리) 두 사람이지만, 16살의 어린 나이에 학업까지 중단하고 상류층 집안에서 몰래 도망나와 딸을 키워야 했던 어머니와 약간은 철이 없는 어머니를 대신해서 너무나 일찍 성숙해있는 딸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이런 모녀관계 뒤에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어긋난 모녀관계가 있었다.

ⓒ Warner Bros. Television


할머니의 어머니를 향한 과도한 기대는 실망으로, 딸에게 못다한 기대는 다시 손녀에게 하게 되는 상황.
그리고 어머니 또한 딸이 자신이 못 누렸던 그러한 기대와 사랑을 대신 받는 것을 보면서 상처받기도 하는 묘한 관계이다.
시즌7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이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상대방들과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
잘 진행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틀어지기도 하고, 이미 독립했어야 할 나이임에도 힘겨워지면 서로를 찾는 모녀관계는 물론 우리 정서에는 상당히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서구적인 시각에서는 상당히 독립심이 없는 마마걸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 Warner Bros. Television

드라마상에서는 알콩달콩한 일상이야기지만, 너무나 이해가 잘가는 모녀간의 갈등과 잘못된 의존적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관계를 넘어서 두 사람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였기에 국내에서 꽤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된다.

세상에 수많은 딸과 어머니들 그리고 그 외의 가족들이 잘못된 의존관계를 맺어가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사람들끼리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히면서 사는지, 또한 그러한 관계는 나아가서 자식이 독립해야 할 시점에서 맺어지는 가장 친밀한 관계인 연인과 부부, 동반자적 관계로 다른 관계로 전이될 수 있다.
언젠가 왜 날 만나냐고 상대방에게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이 내 맘 속에 있는 생각과 너무도 똑같아서 그래서 사랑이 아니란 걸 확인하고 이별을 해야했던 그 때의 그 사람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언제 만날지는 의문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들. 각 챕터에 나와있었던 글들이지만, 그 글들이 나의 마음에 끼친 영향력은 과히 메가톤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힘겹게 읽었던 책이기에 몇 번을 다시 정독해야 겠다.

프롤로그
거위 치는 소녀의 인생 대본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하며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내용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늘 '타인의 인생'에 걸쳐서 살아간다.                                          

1부 부모라는 이름의 악마 - 마마보이, 파파걸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딸의 행복과 욕망 충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수록, 딸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희생할수록 어쩔 수 없이 본질적인 문제가 남는다.
바로 감정의 악용이다.딸은 파트너의 대체물이다.
이런 역할의 의미를 흔히 과소평가하기 쉽지만 바로 여기에 의존이라는 큰 고통의 뿌리가 있다.

2부 공주는 왜 거위 치는 소녀가 되었을까? - 의존성 인격 장애의 모든 것
모든 인간은 공주요 왕자다.
자신의 거위 치는 소녀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열등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것이 모든 변화의 기초이다.
믿음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가장 큰 힘이다.
                                                                    

3부 치유와 해방의 눈물 - 쇠난로 속으로 들어가다
슬픔의 눈물과 분노의 눈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분노의 눈물은 흘리고 나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진짜 슬픔의 눈물은 울고 나면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4부 제물이 된 아이들 -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악용의 여러 형태들
증오는 항상 자기 증오를 낳는다.
또한 증오는 의존의 한 형태이다.
기억은 남고 거듭 나쁜 감정들이 솟구쳐 올라 기분을 망치고 나아가 영혼을 독살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감정적 고착이 남기에 증오하던 사람이 떠오를 때마다 묵은 흉터가 다시 벌어진다. 

심리 에세이 중에는 마음의 상처를 고이 덮어주고 달래주는 책들이 많지만, 상처는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본모습에 정면으로 대응하라는 이 책을 성숙되게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본모습과 대응하라고 하면 회피하는 게 사람의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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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로운 서재  |  2010.02.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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