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큐원 머핀 믹스로 머핀 만들기에 첫 도전.
올해 우리집에는 오빠의 알뜰하신 여자친구분 덕분에 테팔 쿡앤토스트 미니오븐이 생겼다.
그 이후로 어머님도, 오라버님도, 아버님도 뭘 해먹자, 해먹자는 말들은 많았지만.
정작 아무도 나서서 하려는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가장 만만하고 나름 홈베이킹쪽에 관심이 있었던 막내인 내가 결국 다 떠맡아서 도전.
그러나, 관심만 많았지 뭘 어떻게 하는건지 정확히 알리가 없는 나.
현재 계속되는 삽질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를 통해서 아직도 열심히 헤메고 있는 중이다.
전자 미니오븐을 사용하다 알게 된 점.
현재 나오는 믹스들의 레시피랄지...굽는 온도는 전적으로 가스 오븐용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전자 미니오븐에는 좀 더 낮은 온도(약 10도가량 낮게)에서 굽는 편이 새까맣게 타는 재앙을 막아줄 수 있다.
그리고, 왜 그런지 몰라도 앞부분은 늘 덜 익고, 뒷부분은 탄다.
(굽는 시간의 반정도 지나서 빵과 과자가 어느 정도 부풀어 올랐을 때, 뒷부분이 타지않도록 호일을 중간에 넣어주는 게 필수.)
정보는 너무 많이 찾아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뿐, 요리나 제과제빵이나 경험이다.
경험으로 스스로 터특하는 편이 차라리 나은 듯 하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뒤져봐야 귀찮을 뿐.
아무튼간 머핀을 만들었더니만, 쿠키를 만들어달라시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쿠키를 만들기로 했다. 계량같은 것 따위가 귀찮은 나에게는 만만한 게 믹스 제품.
초코쿠키는 계절상으로 그닥 안 땡기는지라 백설 치즈쿠키믹스를 선택했다.
반죽이나 기타등등 시간은 그냥 설명서에 나와있는 그대로 하면 어려울 께 없다.
(버터는 중탕해서 액체로 녹이면 된다~)
제과제빵 의외로 간단하다. 쿠키 반죽도 겁먹었는데, 그럭저럭 하기 쉽네.
원래 초보에게는 무서운 게 없는 법.
반죽하는데, 참 맛있는 냄새가 난다. 치즈라서 그런지 고소한 냄새가 폴폴.
(몰랐는데, 쿠키 반죽에는 우유가 안 들어가는구나. 쿨럭.)
제과제빵하는 과정 중 이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 이미 만빵으로 먹은 느낌.
그래서 그런지 제과제빵하고 정작 난 많이 못 먹겠더라. 만든 개수의 1/5도 먹지 못하는 상태.
우얏던간 반죽 잘 되었고~
반죽을 짤 주머니에 넣어서 어떻게 잘 좀 해볼까 싶었는데,
금속이 아닌 플라스틱인 관계로 힘이 없어서 잘 안되더라.
그래서 걍 둥글게 만들었다.
설명서에는 동전크기로 만들라고 했는데,
제과제빵시 전혀 도움이 안되시는 어머니가 옆에서 막 도와주신다고 하시다가...
첫 판에 너무 많은 양을 넣고 굽게 되었다. 더군다나 온도 조절도 실패.
첫 판은 무참히 태우고 말았고.
이에 대한 냉정한 아버지의 평가, "난 시커멓게 탄 건 안 먹어. 탄 건 몸에 안 좋아." 이 대사를 계속해서 반복하셔서...
딸내미의 미움을 받으셨다. -_-+++
(솔찍히 힘들게 만들고 있는데, 태운 것도 속상한데 옆에서 저러면 열받는다!)
2차로 구워낸 것들 중 일부. (1차는 너무 처참하고 가슴이 아파서 차마 보여주지 못하겠다.)
그냥 둥그렇게만 하면 맛없을 것 같아서 크린베리를 가운데에 넣어줬다.
근데, 이상하게 반죽할 때 나던 고소한 치즈냄새는 다 어디로 가고.
맛을 보니 딱 그 모 회사의 "계란과자" 맛이 강하게 나더라.
이런 맛이 날 줄 알았으면, 걍 계란과자 모양처럼 볼록하게 만들었을텐데.
뭔가 치즈스러운 맛을 기대했는데 평범한 계란과자 맛이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4차로 오빠(또 탔다고 타박이나 안할지 걱정된다. 젠장.)에게 줄 분량을 구운 것들 중 일부.
꽤 많이 구워낸 것 같았고, 만든 걸 가지고 좀 쌓아놓고 이쁘게 찍어보고 싶었는데...
만드는 족족, 식자마자 걸신들린 듯이 마구 집어먹는 우리집 식구들에게 두손두발 다 들었다.
오빠에게 줄 것은 건포도를 올렸다.
그리고 같은 온도에서 구웠지만, 갯수를 늘리기 위해 좀 얇게 반죽을 올려서 그런지.
약간, 아주 약간 탔다. 두께에 따른 온도 조절도 잊지 말자. 꼭.
홈베이킹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둘이 함께 하는 건 장식 정도만.
그냥 한 사람이 차분히 하는 게 좋다.
만들 때는 가족들 아무도 없을 때 해놓고, 쌓아뒀다가 "드세요."하면 딱 좋을 듯.
한 판 구워내고 다음판 구워내기전에 이미 모든 것들이 아작 나버리는 집에서 뭔가 남아있기를 기대하는 건 사치일까.
아무튼 머핀도 쿠키도 하루 묵힌 게 맛있다는데, 우리집은 모든 게 하루만에 동이나니.
좀 난감하다.
나중에 시집갔을 때 그냥 적당히 먹는 사람 만나면 나보러 큰 손이라고 할까봐 겁난다.
(보통의 먹성과 식성을 가진 집안 사람들은 과연 하루에 얼만큼 먹고 사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쿠키 만들기 좀 겁났었는데, 의외로 쉽잖아.
웬지 자신감이 붙었다. 담엔 좀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봐야지~
아참, 백설 치즈쿠키믹스 괜찮다. 오래간만에 계란과자가 그리운 분들이라면 아주 아주 반가우실지도.
버터의 양을 늘리면 버터링 맛이 날지도 모르겠음.
나는 좀 평범한 맛에 실망했지만, 우리 식구들은 아주 잘 먹었다.
(솔찍히 우리집 식구들의 간에 기별도 안가는 적은 양이라 문제지만...;;;)
'디저트와 티타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포도 크린베리 호두 머핀 & 딸기맛 젤리 (11) | 2008.06.07 |
---|---|
맛있는 바나나맛 두유 썬몬드 스쿨키즈 (0) | 2008.06.04 |
6월 2일 머핀 도전 (2) | 2008.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