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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넘버원으로 좋아하는 게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하루의 1/3 되는 시간을 그림에 투자했었다.
친구들은 신나게 밖에서 노는 동안 그림을 그린다는 게 가끔씩은 힘들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의 스트레스나 감정을 잘 추스릴 수 있었다. 그림으로 감정을 승화시켰으니까.
백과사전에 나온 그림들이나 화가에 대한 정보를 읽으면서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고.
그렇기에 최근 계속되는 예술분야 책들의 많은 출간에 마음이 참 즐겁다.
물론 전공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수준 이하의 대강주의 책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대중에게 널리 보급되려면 읽기 쉽게 쓴 책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전공서가 아닌 이상, 너무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어렵기 마련이고,
어려운 글은 사실 나도 읽기가 싫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추천할 "무서운 그림"은 내용이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잘 읽히는 책이니 무난히 권하기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그림 해설 책들을 좋아하는데,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라면 역시 아래의 두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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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다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다와 화가와 모델 모두 그림이 큼직큼직해서 감상하기에도 좋고 배경지식도 간단히 설명되어 있으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이 담겨있는 동시에 독자가 상상할 공간을 남겨줬다고 할까?
그래서 마음에 든다. 자신의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 느낌이라서~ 솔찍히 예술분야의 책들을 보면 비슷비슷한 그림에 대한 해석도 많고.
좋아하는 그림들만 골라서 내놨다는데, 웬지 읽어보면 국화빵같이 다 똑같은 내용이라서 비싼 값에 비해 실망할 때가 많다.
무서운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궁금증은 두 가지.
1. 무섭고 섬뜩한 그림들만 모아서 해설한 책일까.
2. 그냥 명화들만 모아다가 그 숨은 뜻을 해설한 책일까.
결과적으로 책을 다 읽어보니, 2가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보기에도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의 그림들을 모아서,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이나 화가나 당시 시대적 배경들을 잘 설명해놓은 책이다.
문학작품에도 갖가지 비유나 상징이 있는 것처럼, 그림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각 시대마다 다르기 때문에, 알지 못하면 사실 그림이 지니는 참 의미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술은 늘 그러하듯이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 등의 자잘한 상식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그림이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무서운 그림은 그런 정보를 쉽고 간략하게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잘 전달해주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작가가 마지막으로 왜 이 그림에 무서운 느낌을 받는지까지 잘 적어놓은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나 잘 설명되어 있는 책이라서 그런지 독자에게는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너무나 자세히, 상세히 설명하고 작가의 느낀 점까지 들어가 있으니, 아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게 된다는 점.
개인적으로 그림을 감상할 때는 가슴과 마음으로 감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이런 점이 내내 안타까웠다.
그리고 책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림의 인쇄가 원래 의도한 분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어둡게 나와있다.
그림 관련 책은 시원시원하게 큰 크기로 보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몇 몇 그림은 좀 작아서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운 점 중 하나.
그림 인쇄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간혹 보이는 빈 페이지나 여백도 아쉬웠다.
책의 내용은 꽤 자세한 편이고, 언급되는 그림들도 꽤 많은 편인데 그에 비해서 그림이 좀 적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미술관련 서적들과는 다른 색다른 해석을 시도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해 줄 만한 책이다.
보통은 작품이 왜 아름다운가에 대해서 치중하는데 비해서 이 책의 경우에는 '왜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무서운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책이니까.
그림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 그림에 숨겨진 함축적 의미를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책이다.
미술관 갈 시간은 안될 때, 이 책을 읽어보면서 그림을 음미해보도록 하자.
비교적 유명한 드가, 뭉크, 브뢰겔, 보티첼리, 고야, 홀바인, 다비드 등의 작품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
이 책의 작가 특유의 섬뜩한 느낌도 받으면서...서늘하고도 추운 가을을 보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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