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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산책/원작이 있는 영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

by 코코리짱 2009. 3. 30.


인도의 빈민가 출신 소년이 출세하려면 필요한 천문학적인 기적과도 같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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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보일 감독하면 떠오르는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트레인스포팅이다.
방황하는 영국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사실감있게 표현하면서도 속도감있었던 영상은 지금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MTV 뮤직비디오같은 현란한 영상뿐만이 아니라 감각적인 음악도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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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같았던 트레인스포팅 이후 이렇다할만한 출세작을 내놓지 못했던 대니보일 감독이 자신있게 내놓은 작품 슬러독 밀리어네어.
인도를 배경으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빈민가 출신의 한 소년이 퀴즈쇼에 출연해서 기적적으로 모든 문제를 맞췄고, 사기를 의심받는 소년이 문제를 맞출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를 자신의 성장과정을 더듬어가며 설명하는 스토리이다.
기적처럼 퀴즈를 맞추는 결과보다는 그 퀴즈를 맞추기 위해 살아온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소년의 인생 궤적이 더 인상적이고 현실적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어둠과 빛처럼, 카인과 아벨처럼 비슷한 듯하지만 너무나 다른 두 형제의 삶.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형제의 삶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마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인기있었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사소한 선택 하나로 인생이 뒤바뀐다는 주제)이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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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잘 와닿은 현실적인 모습은 여자주인공 라띠까의 삶.
인도 빈민가에서 태어난 여성의 삶이란 미성년자임에도 홍등가에 팔려가야 하는 것일까.
그 무엇하나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도 없고, 남자의 폭력과 학대에도 무력하게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당해야만 하는 그런 존재인건가 싶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약간 착잡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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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의 결과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판타지라면, 중간중간 나오는 인도 빈민가 소년이 살아온 일상은 하루하루가 목숨을 건 약육강식의 생존을 위한 힘겨우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삶이다.
그렇기에 그 둘이 교차되는 모습은 상당히 아이러닉하다.
현실과 비현실이 만나서 그 경계 무엇인지 모호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오히려 너무나 사실적인 현실 속에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멀고먼 꿈같은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힘겨운 삶을 잠시 떠나 판타지를 꿈꾸고 푼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보는 것.
비록 이뤄지기 힘든 판타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 잠깐의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운 것 아닐까?
물론 일장춘몽에 가까운 꿈일지라도 인간에게 꿈이 없다면 현재도 미래도 없는 것이다.
씁쓸한 현실 속에 안주하기 보다, 꿈을 꾸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인도의 낙관주의도 엿보이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제2의 IMF, 취업한파, 임금동결, 세계 경기 악화로 삶의 희망을 잃어가는 최근의 나날들. 잃어버린 세대이기도 한 나에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실현가능한(영화속에서처럼 실현불가능한 꿈은 꾸지도 않는다.) 꿈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주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즐겁게 보았다.
힘겨운 인생의 나락에 빠져 계신 분들에게 웬지 강력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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