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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산책/원작이 있는 영상

박쥐 Thirst / Evil Live (2008)

by 코코리짱 2009. 5. 11.


의도하지 않았으나, 죄를 저지르고 타락했다면 죄가 아니고 타락이 아닌가의 딜레마를 다룬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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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부터 시작해서 복수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등 만드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었던 박찬욱 감독.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보여줬던 분단의 현실과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아이러니를 너무나도 잘 묘사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과 현실로 변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갈등한다.(관객들도 갈등하게 된다.) 이 행위가 정당한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
죄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

소재나 주인공의 직업등이 특이했지만, 이번 영화의 큰 주제도 역시 마찬가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락하게 되고, 죄악을 저지르게 되었는데 과연 이것을 죄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윤리와 도덕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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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명을 구하지 못해 무기력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다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한 백신 개발에 참여.
바이러스명 이브(바이러스명이 이브인 것도 참 아이러닉하다. 순결한 신부, 남자의 몸에 주입하는 바이러스 명이 이브라니.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독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사랑인 것일까. 한 사람을 죽음과 파멸로 몰고 갈만큼 강력한 바이러스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마치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온몸에는 고름이 생기고, 손톱과 발톱이 떨어지고 피를 토하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지만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아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고 그 이후 기적의 신부로 추앙받게 된다.
그러나, 그 이후 그의 신변에는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사람들을 구원하도록 도와줘야 하고 보듬어줘야 할 신부가 죄를 저질러야 할 수 밖에 없는 뱀파이어가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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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누르고 억제해오던 피에 대한 본능은 우연히 마주치게 된 친구의 아내 태주를 탐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끓어오르게 된다.
태주를 사랑하면서 억누르던 뱀파이어의 능력도 마구마구 보여주면서 과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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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첫번째로 저지를  때만 힘들 듯, 첫 테이프를 끊자 점점 더 큰 죄를 저지르며 타락해가는 상현과 태주.
도덕과 윤리 그리고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고민하는 상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웬지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도 생각나고,
윌리엄 골딩의 소설도 생각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뱀파이어가 되고 결국 죄를 저지르게 되고 타락했다면, 그것은 죄인가 아닌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닐까.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하고 심판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써보고 나니, 상당히 무거운 주제만을 다룬 것처럼 써놨는데, 박찬욱 감독 영화 특유의 유머와 위트도 잘 살렸고 감독이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대로 신나게 만든 느낌이 드는 영화다. 
감독의 상상력이 이리 튀고 저리 튀어서 보는 러닝 타임이 결코 길지 않게 느껴졌던 영화 박쥐.
개인적으로 마음을 열고 편하게(결코 편하게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감상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선입견과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래글은 스포일러성 글이므로 꼭 영화를 감상하신 후에 읽으시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http://www.cine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