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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충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색다른 오페라 콘서트 "Hello MR.Dulcamara"

by 코코리짱 2008. 10. 5.


"헬로 미스터 둘까마라" 제목부터가 일단 요상하다. 오페라라고 하는데, 포스터를 보면 웬지 모르게 너무 화려해보이는 의상과 상당히 코믹해보이는 표정이 오페라보다 뮤지컬을 연상되는 느낌이다.
과연 이 정체불명의 공연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이 공연을 보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난 호기심이 많은 여자니깐.
그리고 어디선가 스쳐가듯이 이름을 들은 기억도 있었고, 그 때 이 공연을 참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보부족으로 그냥 지나쳤던 느낌이 들어서 다시 한 번 도전~!

10월 2일 이 공연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공연이라고 한다. 예홀 앞에 노천카페. 웬지 느낌이 좋았다~


근 6개월만에 보는 친구와 함께 생각보다는 많이 헤메지 않고 찾아간 예홀.
(나 혼자 갔으면 밤눈 어두운데다가 길치라 틀림없이 뱅뱅 돌았을 것임. 실제로도 바로 옆의 호아빈에서 식사하다가 공연장을 못 찾아서 10분동안 헤멘 사람.)
그런데, 도착해보니 공연장은 아직 문도 열지 않았고, 티켓박스는 굳게 닫혀있다. 새 신을 신고 지친 친구와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근처 호아빈에서 쌀국수시켜놓고, 잠시 후에 다시 표찾으러 가봤더니 공연장이 열려있고 입구에서 표를 배부해주고 있었다.
팜플렛을 사고 표를 사가지고 가려하니 직원이 자유석이니까 늦게 오면 구석자리에 앉게 된다고 했다. 헉.
잽싸게 돌아가서 10분만에 불은 쌀국수를 마구마구 먹어치우고나니 죽을 것 같은 포만감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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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앞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의 마를린 몬로화?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별스러운 분위기가 딱 오늘 관람할 오페라와 비슷한 느낌.


그리고 공연장에 들어섰더니 스크린이 내려와있고 사람들은 이미 가득가득.ㅠㅠ


좋은 자리 다 놓치고, 큰바위 얼굴의 아주머니 뒤에서 관람해야 했던 사람. 참 괴로웠다. 큰바위 아주머니 앞에서는 큰바위 남정네가 줄줄이.
키작으면 여러모로 불리하다. 칫.

사실 내가 이 공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전 지식이라고는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작곡한 2막의 희극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라는 점과 한국어로 맛깔나게 번안한 한국식 오페라라는 점. 그리고 기존의 오페라와는 다르다는 점 정도였다.
특히 극중 네모리노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곡 중에 하나.
국내에서도 CF나 드라마, 영화 삽입곡으로 많이 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게 어디서 쓰였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얼마전에 작고하신 루치아노 파파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절절한 남자의 사랑의 감정이 잘 살아있어서,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극 중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에 관련된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관련영화를 감상해보길 바란다~
2006년작 이 영화에 출연한 제 2의 제임스 딘의 환생이라 불리우기도 하는 제임스 프랑코(실제로 제임스 딘 전기 TV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와 영국과 헐리우드에서 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소피아 마일즈가 출연하여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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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작 전에 친절하게 이 공연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영상이 있다. 그걸 보고 나면 무대의 막이 올라가고 공연시작.
확실히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로 부르니 편하다. 물론 친절하게 자막이 옆에서 나오지만, 귀로 알아들을 수 있으니 집중력과 몰입도도 백배.^^
설정도 현대 우리나라에 맞게 재미나게 바뀌었다.
가사도 너무나 맛깔스럽게 해석해서 공연 보는 내내 배잡고 웃었다.
사실 줄거리는 오페라에서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로, 미모와 재력을 지닌 아디나와 돈많은 바람둥이 벨꼬레, 그리고 아디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고백할 용기가 없는 네모리노(아디나가 운영하는 카페의 점원)간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아이디어 투성이다.
작은 무대 공간 외에 홀 전체를 마치 콘서트처럼 활용하여, 배우가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궁금증 및 흥미로움을 유발하고.
등장씬에서도 마임이나 코믹한 동작등을 마치 연극에서처럼 보여주고 있어서,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또한, 극중 3주인공을 마구 혼란스럽게 만드는 돌파리 의사로 등장하는 둘까마라가 나올 때는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깜짝 이벤트까지 마련, 결코 관객에게 지루함을 안겨주지 않는 공연이다~
그뿐이 아니다. 영상스크린 또한 무대장치 외에도 영화처럼 활용해서 과연 이 공연에서의 숨은 아이디어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 공연이 오페라인 것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관객에게 오페라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한 뒤에 중요한 아리아는 원어로 불러줘서 더욱 좋았다.
(네모리노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정말 압권, 사랑으로 인해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그의 감정이 너무나 잘 와닿았다.)
작은 홀이기에 더욱 잘 울려퍼지고 관객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대부분의 오페라 공연은 고가의 가격(물론 그럼에도 좋지만)에 엄숙한 분위기에서, 숨소리 쉬기도 힘든 그런 긴장된 상황에서 정장의상을 입고 감상한다. 오페라하면 뭔가 상류층 문화라는 선입견이 또 있기 마련.
그치만 이 공연은 정말 부담없이, 편하고, 쉽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관객에게 정말 친숙하게 다가오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오페라 콘서트 헬로우 미스터 둘까마라.
정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멋드러진 노래와 재미있는 설정들로 즐겁고 유쾌했던 시간이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다~
(그 옛날 모차르트가 대중을 위한 오페라를 만들었던 것처럼, 헬로우 미스터 둘까마라도 그런 느낌이었달까.)

우울하고 속상할 때 꼭 누군가와 같이 보러가시길 추천하는 공연~
나는 이 공연보고 정말로 우울한 기분이 싹 달아났다. ^^

공연이 끝난 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배우들과 같이 기념사진을 찍게 해준다.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멋졌던 공연. 그리고 끝내주는 출연진들. 찍은 사진은 예홀 홈페이지가면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옆의 카페 이름도 웬지 사랑의 묘약으로 바뀌어있다. 원래는 아니었다는데, 공연동안만 바꾼 것일까?



P.S. 그러나 난 정말인지 오페라의 결말에는 정말인지 이해안가는 점이 많다. 투란도트때도 이해 안가는 것 투성이었는데.
       역시나 이 오페라에서도. 물론 희극 오페라이고, 해피엔딩이려니 그럴려나 싶지만.
       내가 아디나라면, 아무리 진실하다지만 덜 떨어진 네모리오같은 남자따위 걍 발로 뻥 차버릴 듯. 
       (이유는 공연을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
       벨꼬레가 차라리 낫지. 착한 거랑 덜 떨어진 것과는 종이 한장차이다. 바보는 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