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홀에서 너무나 지친 나머지 휴식하면서 찍은 사진. 작품은 올릴 수 없으니 만족해주시길.
점심도 먹고, 휴식도 취했겠다. 이제 다시 덤벼보자 기분으로 시작한 KIAF 재관람.
팔뚝에 찍어줬던 도장.
물론 전시회장안은 시원했지만, 조명과 엄청난 도보로 인해서 기진맥진 땀은 주룩주룩 흘렀기 때문에.
혹여라도 지워졌으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친구와 했는데, 다행히도 진행요원이 빛으로 비출때 도장이 보였다.
(친구와 둘다 약속한 듯이 왼쪽 팔뚝을 내밀었었는데, 도장은 오른쪽 팔뚝에 찍혀있었다. 그야말로 우리는 그때 정신줄을 놓았다.)
인도양홀에서의 관람이 비교적 쾌적하고 안락했었고, 여유있게 관람했던 반면.
태평양홀에서의 관람은 늘어난 인파로 인해 절대 쾌적하지 않은 관람환경인데다가, 뭔가에 쫓기듯이 데드라인 시간을 정해놓고,
볼 것만 보자식의 전투적인 자세를 취해서인지 인도양홀에 비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작품의 성향자체도 인도양홀의 작품들이 오히려 신선하면서도 취향에 잘 맞는 작품들이 많았다.
태평양홀의 작품들은 대부분 독특하거나, 톡톡 튀는 작품이 많았던 것 같다.
한마디로 신기한 걸 좋아하시거나, 웬지 현대적인 느낌의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태평양 홀의 작품들이 끌릴 것이고.
보면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는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인도양 홀의 작품들이 마음에 들 것이다.
KASF와 비교해서 본다면, 많은 작품들이 감상하기에 편했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색조가 한 톤쯤 가라앉은 느낌이랄까.
KASF에서의 작품들은 색감이 강렬한 작품들이 많아서 눈이 좀 많이 피곤했던 반면, KIAF에서는 한 톤이 가라앉아서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대신 너무 많은 작품을 봐서 머리가 아파오긴 했다.
(아무래도 여름 전시회와 가을 전시회에 나오는 그림들이 다를 것이고, 독일과 스위스쪽 작가들의 색채 톤이라는 게 일단 칙칙한 톤. 그러나, 칙칙한 걸 선호하는 내 친구와 나에게는 아주 괜찮았던 색감.)
전투적으로 시작한 태평양홀. 관람시작하자마자 우리 눈에 보인 작품은 3억짜리 작품.
(가격이 3억짜리라 더 멋져보였다기보다는 작품에 들인 정성이 대단해보였다.)
종이로 입체적인 질감을 잘 살려낸 아주 멋진 작품이었는데, 종이 하나하나를 접어서 표현한데다가, 종이가 무려 한지였던 것 같다.
작품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아주 아쉽지만, 이미 인도양 홀에서 기진맥진한 관계로 이름 적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엔 그림 자체에 진지한 흥미를 가지고 시작한 관람의 시작은 점점 갈수록 괜찮은 작품만 보면, 가격이 얼마일까 맞춰봐라~요런 식으로 변해갔다. -_-
더구나 조용하고 한산했던 인도양홀과는 달리 관람객이 비교적 많아서(물론 그렇다 하여도 못 움직일정도의 전시회는 아니었다.
관람환경은 비교적 쾌적했다. 작품에 따라서 가장 최적의 높에 걸어놓은 그림들도 많았고. 비교적 넓은 공간이었으니까.) 점점 피로해지는 상황에서 짜증이 날 정도.
또한, 작품의 분위기도 비교적 가볍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신기하면서도 독특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작품들이 많았다.
질감과 높낮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실을 겹겹이 감아서 나타냈다거나, 시선에 따라서 변하는 그림들(개중에는 옷이 벗겨지는 그림도 있었으니...;;쿨럭.), 지나가는 관람객들을 영상에 실시간으로 표현해서 볼 수 있게 한 작품들.
움직이는 그림으로 구성된 병풍하며, 착시효과를 이용한 영리한 작품들. 매트릭스 오프닝 연상케 하는 화면을 쳐다보면 내 모습이 보인다.
결이 나타나도록 표현해서~ 빛의 각도를 표현한 작품들하며, 어떻게 저런 기발한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감탄할 만한 작품들이 참 많았다.
한마디로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그래서 도저히 진지하게 관람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친구랑 엄청나게 웃었달까.
꽤 유명한 작가분들도 의외로 많이 참여한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 스캔들의 화첩그림이나 숙부인정씨의 전신상을 제작하신 윤여환씨도 계셨고,(싸인 받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나운서 및 MC(체험 삶의 현장이던가.)로 알고 있는 이상벽씨가 사진전을 하고 계시기도 하셨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이상벽씨. (사진이 굉장히 한국적인 느낌이라 좋았다.)
그리고 이상벽씨를 방문한 안성기씨와 미녀 부인.
나의 빠순기질이 발동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으로 이상벽씨와 웃으면서 이야기 하시는 안성기씨에게 감히 싸인해주세요~
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ㅠㅠ 할까 말까 망설이는 나에게 친구는 나중에 울며 후회하지 말고 들이대라고 했지만...
나는 참았다.
안성기씨도 전시회 보러 오신거지, 싸인하러 오신 건 아닐꺼 아니야. (안성기씨가 온 순간 갑자기 바글바글해졌던 공간.;;)
또한 나에게는 시인 정호승씨의 작품집에 멋진 그림으로 각인된 박항률씨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화보집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길래 잽싸게 구입했다.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린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웬지 모르게 잔잔하고 은은한 파스텔톤 느낌에 단아한 동양적인 미를 잘 나타낸 작품들이다. 주로 옆모습을 많이 그리는 것 같으신데, 너무나 곱고 정갈한 선과 애잔한 느낌이 풀꽃이나 들꽃 향기가 퍼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분은 그림들은 모두 팔린 상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것도, 한 몫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구입하고 싶었던 그림 중 하나.)
본인은 정호승씨의 시집만큼은 시를 싫어해도 참 좋아하는 편이었고, 동화집도 2권이나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선물 및 기증해버려서 현재 남아있지 않다. 다시 구입해야 할까 고민중이다. 글과 시의 느낌과 딱 맞아떨어지는 그림이 너무나 절묘하다.
다른 분들께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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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에는 점점 의자에 앉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서서히 대화중에는 '우와~ 이거 언제 다돌아.'하는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다들 좀 쉬었다가 구경하자고들 했지만, 결코 급히 서둘러서 나가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관람의 끝이 보이려는 순간 많이 아쉽기도 했고, 전시회장을 전투적으로 씩씩대면서 여유없이 걸어댕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그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모든 그림들이 하나하나 너무 멋지게 보이기까지 했다. (나가기가 아쉬웠던게지.)
심지어는 박항률씨 화보집을 구입하면서, 다른 작가들 중 맘에 드는 그림이 있었던 곳에 다시 가서 맘에 드는 화보집을 구입해보자~!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작가가 너무 많았던 관계로 기억해놓지 않았더니, 알 수 가 없었다.
장막이 쳐져있어서 신기해서 찍었는데, 알고 보니 이 너머에는 VIP룸이었다더라. 이거마저도 작품인 줄 착각했던 사람.
넓게 펼쳐진 주황색의 전원풍경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이호중씨,
일러스트적인 느낌이 부드러우면서도 청순한 신인 작가 권경엽씨(담에는 꼭 개인전을 하셔서 화보집을 내시길. 꼭 구입해야지),
푸른 하늘과 뭉개뭉개 퍼져있는 구름들과 쭉뻩은 나무와 작은 소품이 한국 전통의 여백의 미를 잘 살린 김성근씨,
동양적인 느낌이 짙게 풍기는 정물화를 선보이신 이명씨의 작품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적인 미를 추구하면서도 색다르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아서 행복했다.
독일과 스위스 기타 다른 나라 초대전도 다양하고 좋았지만 역시 나는 한국적인 미가 있는 작품이 좋다.
또한 못이나 볼트를 구부린 후 단면을 잘라내서 표현한 이재효씨의 작품도 상당히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돌다보니 아쉬웠던 점은 어느 회장은 그림이 너무 적어서 횡한 반면, 어느 회장은 그림이 너무 따닥따딱 붙어있다 못해, 전부 전시하지 못한 경우도 많이 보았다. 특히 어느 작가의 그림은 각도와 거리에 따라서 달라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충분한 거리확보가 되지 않아서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작품들도 꽤 다수였다. 작품관에 있는 큐레이터들도 작품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냥 자리에 앉아있다가 사진촬영 안된다는 멘트만 달랑 던지고 끝.
사진촬영이 아예 안된다면, 안된다고 써붙였으면 좋겠다.
물론 관람하면서 사진촬영이 안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지만, 많은 관람객이 왔다갔다 하는 공간이라면 그런 주의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전시할 작품의 수와 크기를 생각해서 공간을 적절히 분배해줬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꺼 같은데, 좀 아쉬웠다.
그리고 12시 정도일때도 아직 전시 준비를 다 갖추지 못해서 나중에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작품들도 많았다.
어느 작품은 심지어, 액자조차 없이 그냥 전시되어 있어서 그림의 심각한 손상이 예상될 정도였다.
사진전과 함께 들쑥날쑥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도 좀 문제점. 차라리 따로 모아놨으면 관람하기 편하지 않았을까.
또, 갤러리별로 전시하다보니 한 작가의 작품들이 이리저리 뿔뿔히 흩어져서 전시되어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별로 작품을 감상하려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관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화보집이나 작품으로 만든 엽서를 구입하고 싶을텐데, 지나고 나면 어디였는지 확실하게 기억하기가 힘들다.)
기대했던 것 이상 멋지고 흥미로웠던 전시회였던 KIAF였던 만큼 다음 전시회때는 좀 더 관람객과 전시하는 갤러리와 작가를 좀 더 배려하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친구와 함께 잠시 했던 생각. 차라리 표값을 반값으로 줄이고, 전시회를 나눠서 했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솔찍히 최근 코엑스 전시회의 가격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상황인데, 입장료가 좀 많이 부담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물론 나는 초대권으로 보게 된 것이었으니 상관없이 맘껏 감상했고, 관람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전시회이긴 했지만.
예술이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더 대중적인 가격이 책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관람시간도 솔찍히 인도양, 태평양홀 둘다 정말 제대로 감상하려면 걸리는 총시간이 적으면 4시간에서 많으면 6시간정도인데.
관람객이 중간에 휴식을 할 것을 아무리 감안할지라도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건 대부분 무리라고 생각된다.
적절한 관람시간과 적절한 표값이라면,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런 좋은 행사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멋지고 기발하고 훌룡한 예술작품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어 눈이 즐거웠던 KIAF.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근 5시간에서 6시간에 가까운 전시회 관람이었지만, 두다리가 퉁퉁부을 정도로 지치도록 걸었어도 결코 후회없는 관람이었다.
꼭 가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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