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으로 만난 인연은 오토의 어머니를 상처입히고, 사랑하는 아나와의 관계는 의붓남매가 되어버린다. 기막힌 운명임에도 우리나라 일일연속극에서는 단골손님같은 메뉴. 천문학적인 기적으로 만난 두 사람일지라도, 계속되는 우연으로 만난 두 사람일지라도 어떤 계기를 통해 서로 외면하게 된 그 순간부터 급속도로 멀어지기 시작한다. 마치 원을 그리면서 만나다가 서로 겹쳤다가 다시 멀어지듯. 아나가 다른 남자에게 담배를 빌리는 그 순간 오토는 바로 옆에 있지만 두 사람은 곁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떠나지만 결국 오토는 아나를 찾아간다. 오토를 찾기 위해 기다리는 아나. 이것도 사랑에 대한 남녀의 다른 견해일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처럼)
눈 속 깊이 각인된, 영원히 순환하는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 Canal+ / Sociedad General de Cine (SOGECINE) S.A.
인연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 인연을 만나서 첫 눈에 알아보고 서로 반한다는 것을 정말인지 천문학적인 기적의 엄청난 확률이 필요하다고 한다.
더욱이 요즘과 같이 혼자 살기도 급급하고 힘든 각박한 시점에, 사랑이나 운명과도 같은 단어는 웬지 너무나 멀리 떨어진 단어처럼 생각된다.
감수성과는 백만년은 멀리 떨어져있는 나에겐 너무나 생소한 단어들.
우연과 필연, 운명, 영원한 사랑.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매우 단순했지만,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선택도 우연이 아닌 필연이고 운명이었던 걸까?
사전지식없이 최근 영화를 보고 있는 나에게 운명같이 다가온 영화 북극의 연인들.
미국드라마를 너무나 열심히 감상하다보니, 웬만한 헐리우드 영화는 아무리 봐도 너무나 시시하게 느껴져서인지 이제는 비 헐리우드 영화가 오히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원래도 헐리우드 영화보다는 유럽영화(특히 영국영화나 북유럽권 영화들은 날 결코 실망시키지 않더라. 가끔씩은 너무나 난해하게 느껴지는 프랑스 영화만 빼고)나 제3세계의 영화들을 간간히 즐겨봐왔는지라 이 영화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다가, 이미 10년전의 영화인데 이제서야 국내 극장에서 보게 되었으니, 이 영화를 국내에서 보길 기대조차 안했던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낭보였을 것이다.
(시사회 당시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적잖이 놀랐던 사람. 같이 보러 갔던 지인도 이 영화를 본다는데 너무나 좋아했던 기억)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매료된 두 사람. ANA(아나)와 OTTO(오토).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거꾸로 읽어도 바로 읽어도 같은 이름.
영화의 구성은 10년전쯤의 유행했던 독특한 영화들과 비슷하다.
같은 스페이권 영화였던 Abre los ojos(오픈 유어 아이즈)나 Memento(메멘토)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영화.
오토와 아나의 시점에서 각각 번갈아가며 각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마치 직소 퍼즐을 짜 맞추듯이 흘러간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어 17년동안의 사랑을 바라보는 남녀간의 시점도 너무나 다르다.
그걸 바라보고 있노라면, 웬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생각난달까.
우리영화 "오!수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토의 시점에서의 아나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확실하게 해주고, 이끌어주는 존재(실제로 오토의 시점에서는 아나와의 둘만의 관계가 더 중요시)이고 감정과 기억의 느낌은 웬지 추상적이면서도 시적인 느낌이다.
아나의 시점은 오토보다 훨씬 현실적이면서, 은밀하다. 둘만의 은밀하면서도 짜릿한 시간 혹은 그를 느끼는 감정에 더 치중한 느낌.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우연한 만남을 중요시하고 우연의 표식을 더듬어서 필연으로 만들어간다.
운명처럼 만난 인연은 마치 신의 장난처럼, 엉킨 실타래처럼 얽힌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리스 비극이 떠오르기도 하고, 로미오나 줄리엣만큼은 아니더라도 참 운명이란 잔인하다는 기분이 든다.
오토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아나.
아나를 만나기 위해 가는 오토.
이들 둘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인연의 결말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가 기다리던 우연. 우연한 만남 속의 필연이란 무엇인지.
영원한 사랑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해줬던 북극의 연인들.
오래간만에 감정의 여운을 느끼게 해줘서 멋졌던 영화.
독특한 구성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10년이 지나도 오히려 더욱 개성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P.S. 앞으로도 이런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최근 개봉되는 유럽영화들 하나 둘씩 보면서 얼마나 행복한지.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http://www.cine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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