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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서재

남성잡지 부록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대와는 달랐던 서른이라도 괜찮아.

by 코코리짱 2009. 2. 14.

서른이라도 괜찮아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이시하라 소이치로 (웅진지식하우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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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겉표지, 너무나 위로가 되는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 책.
어느 나라에서나 30대 독신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30대 독신남성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동양권이면서, 아직까지 가부장적 유교사상이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30살 독신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20대초반 대학교 졸업하기 전, 휴학한 후 잠시 다닐 직장을 구하러 다닐 때부터, 면접 때 쏟아지는 질문.
"결혼 안하나요?" 혹은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인가요?" 그 후 몇 년간 계속된 질문인지 수없이 쏟아져서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안부인사도, 명절 때마다 만나는 친척들의 질문도 모두 똑같다.
시집가야지, 결혼이 결국 여자의 행복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당장 눈 앞의 현실과 평생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아직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실은 20살때쯤 30살이 되면 뭔가 다르겠지, 지금보다는 안정적이겠지, 그때쯤에는 능력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대학졸업 바로전부터 IMF가 터지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착하고 싶었지만,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그런 상상은 거의 꿈에 가까웠다.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너무나도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건강도 무척이나 좋지 않았지만, 잠시 백조이기도 했기에 더더욱 막막했던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새해 첫날 내 나이를 들으시면서 큰일이라고 하셨던 아버지의 시름과 근심이 담긴 얼굴은 내마음을 더 슬프게 했다.
30살은 오히려 새출발이나 인생의 전환기가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좌충우돌인 내 인생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많은 기회가 주어졌던 것은 사실이고, 20대에 비해서 좀 더 여유있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이래저래 많이 의기소침해져있는 최근인지라, 서른이라도 괜찮다는 책을 보면 뭔가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선택하기 전에 나는 두가지 점을 확실하게 확인했어야 했다.
글쓴이가 남성이라는 점과 "인생의 각종 풍랑에 대처하는 서른 살 그녀들을 위한 처방전"이라는 말을 봤어야 했다.
이 책을 읽고 지친 심신을 위안받으려고 했던 나에게 돌아왔던 것은 여성잡지 설문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체크리스트와 적당한 처신에 대한 충고, 30대 여성에 대한 문제점을 낱낱히 파헤쳐놓은 건조한 책 내용이었다.
나처럼 위로를 받기 위해 이 책을 펼쳤던 사람들은 아마도 크게 당황했을 내용들.

흔히들 이야기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남자들은 주로 분석하고 평가하길 좋아하고, 여자들은 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걸 좋아한다고.
이 책은 서른이라도 괜찮아가 아니라, 서른살의 여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자잘하게 분석해놓고, 남자들에게 이런 여성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적어놓은 책이다.
(마치 남성잡지 부록에서 이런 여성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해서 분석해놓은 느낌이 딱이다.)
어떻게 본다면, 여성의 입장이 아닌 남성의 입장에서 본 30대 여성의 문제점이니 아, 이런 점도 문제점이 될 수 있겠구나하고 확인하는 차원에서는 좋은 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문제점들을 다시 재차 확인사살당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단지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쓴 책을 보면서 뭔가 격려를 받고 싶었던 속마음이 더 컸다면 더 컸을 터.

혹시라도 나처럼 이 책을 읽고 오히려 속이 쓰려지셨다거나, 뭔가 공감하고프거나 속시원해지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하고픈 책들.
남성의 쓴 책이지만,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드는 책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100%공감이 가지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읽으면 만신창이가 된 당신을 조금쯤은 위로해주는 느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그렉 버렌트 외 (해냄출판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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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나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한가득 등장해서 무척 기대중인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감독 켄 콰피스 (2009 / 미국)
출연 벤 애플렉, 제니퍼 애니스턴, 드류 배리모어,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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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에 대한 내용은 아닐지라도, 딱히 20대 여성에 대한 내용만 다룬 것이 아니어서 그냥 연령에 상관없이 읽어도 무난하게 좋은 책.
비슷한 또래의 여성과 함께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혹은 이해, 공감을 원하시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김현진 (해냄출판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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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 자체에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인지라, 서른이라도 괜찮아라는 책을 읽으면서 더 큰 반발심리가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정도라면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해주기가 힘들 것 같아서 솔찍하게 느낀 점을 적었다.
30대 여성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30대 여성에 대한 정보를 남자들에게 알려주는 책이라는 게 정확한 나의 느낌이다.
오히려 30대 여성이 아니라, 30대 여성에게 관심있는 남자들을 타켓층으로 노리고 출간했다면 더 나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원래도 좋아하지 않지만, 카테고리 자기계발로 되어있는 책을 한동안 절대 읽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