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을까, 악마가 되었을까.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 노골적으로 현실적인 공포감을 선사하는 "악마를 보았다"
나에게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1순위가 될 장르는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물일 것이다.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겉보기엔 멀쩡해보이는 인간이 한순간에 빡 돌아가는 그 순간과 과정, 이유에 흥미가 있어서랄까.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많은 표본을 보여주는 이 장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미국드라마도 CSI, 크리미널 마인드 등의 수사물.
그 중에서도 크리미널 마인드는 프로파일링을 하기에 더욱 흥미진진하지만, 보다보면 속이 쓰라리다.
영화보는 내내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는 기분으로 보았던 올 여름 대표적인 범죄 스릴러물 악마를 보았다.
왜 크리미널 마인드가 생각났을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극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명언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명언 중에서도 떠오르는 건 바로 두 가지 명언.
- 마크 트웨인
사냥 중 최고는 사람 사냥이며, 무장한 사람을 오랫동안 사냥하고 또 그걸 즐긴 사람은 다른 어떤 즐거움도 결코 가질 수 없다.
- 헤밍웨이
영화의 초반에서처럼, 으슥하고 길고 긴 길 시골.
눈발 날리는 앞이 보이지 않은 길처럼 내면 깊숙이 위치해있는 어두운 마음.
그걸 너무나 노골적으로 끄집어냈기에, 이 영화가 더 무섭다.
그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깨달치 못하는 내면의 어두움.
어느 순간 그 어두움에 잠식당할 수도 있으며, 나약함과 동시에 잔혹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기 싫은데, 이 영화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려준다.
그 사실을 인정하라고.
영화 초반에 이어지는 일련의 잔인한 장면들은 설마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볍게 씹어주시고.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라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잔인한 장면들(실제로 정말 무섭기는 했다. 근 몇년간 본 영화중에서 가장 잔혹했던 영화이기도 하고, 너무 잔혹했기에 잘려나간 장면들도 꽤 되는 듯 싶었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너무나도 여과없이 보여줘서 그게 더 무서운거다.
약혼자의 잔혹한 죽음 뒤에 남겨진 수현.
감정을 억누르고 억눌러도 참다참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표현한 이병헌의 연기는 확실히 압권이었다.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처럼 결코 풀리지 않는 그의 분노는 범인을 찾아다니며, 폭력으로 표출된다.
그 폭력의 모습은 점차 발전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범죄자의 범죄가 점차 발전해가듯이.
더 폭력적으로, 더 무차별적으로 변해간다.
수현에게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던 장경철. 몸을 아끼지 않는 최민식의 열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마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감상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를 감상한 뒤에 남는 씁쓸함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이 몰려오는 건 나만이 느꼈던 감정은 아니었으리라고 믿는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여성들이 얼마나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가.
그 위험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인적없는 밤 길의 산책을 좋아하는 게 얼마나 생각없는 행동이었는가를 또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먼 길 나왔을 때 안부전화나 문자를 보내라던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걱정으로 내 문자와 전화를 기다렸는지도...
한동안 나는 밤 길에 혼자 걷는 것이 참 무서워질 것 같다.
마음이 심약하신 분께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 영화.
같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지도 모를 그런 영화이기에 섯불리 호기심으로 감상하시려는 분들께는 경고를 해주고 싶다.
인간 내면 심리에 대해서 좀 더 연구하시고 싶다면 힘겹겠지만 꼭 감상해보시길.
<이미지 출처 : http://www.cineseou.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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