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방한 꽃미남에서 우수에 가득찬 카리스마 냉미남으로~배우 원빈의 재발견 아저씨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참 단순했다.
한동안 머리를 너무 혹사시켜서 그랬는지, 복잡한 영화는 보기 싫었다.
때려부수는 영화가 보고 싶은데, 멋진 언니가 나오는 액션 영화만으로는 그간 쌓인 스트레스와 울컥한 기분을 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야말로 멋드러진 미남이 나오는 액션영화가 필요했다.
(여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는 미남이 나오는 영화가 좋다고 하지 않던가.)
다크 초콜렛처럼 씁쓸하면서도 많이 달지 않은 그런 농도의 영화가 절실했다.
사실 그간 그의 출연작 중에서 원빈만 보고 선택한 영화는 단 한편도 없었다.
TV에서 등장했을 당시, 정말 여자보다도 아름다운 남자의 모습이었고, 킬러들의 수다는 신하균씨때문에, 태극기를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때문에, 마더는 김혜자씨와 봉준호 감독때문에 선택했었다.
나에게 있어서 원빈이란 아름다운 꽃미남 배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랬던 그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보이기 시작했던 건 "마더"에서의 도준 역할이었다.
순박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양, 약간 모자른 듯, 눈이 반쯤 풀린 그의 모습은 어딘가 달라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이 이야기 하던 아저씨. 웬지 이제는 남자의 매력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떨까 궁금했던 이 영화.
언제나처럼 전당포 가게에 찾아온 꼬마 소미.
엄마의 무관심 속에서 하루하루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미.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존재인데, 제대로 된 가정이 없고, 부모에게 외면받은 아이는 어떻게야 할까.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자존감이 없는, 쓰레기통이라고 불리는 이 아이.
정체불명의 허름한 전당포 아저씨에겐 웬지 순진한 아이의 맹목적인 기댐이 낯설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모양.
그래도 싫지는 않아서 계속해서 챙겨주고 있던 차에...
너무나 갑작스럽게 한순간에 벌어진 사건으로 소미의 엄마와 소미는 끌려가게 되고, 어두운 과거를 뒤로한 채 간신히 이승에서 자포자기한채 삶을 살아가던 전당포 아저씨의 마음을 뒤흔들게 된다.
더이상 소중한 걸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아저씨는 소미를 찾기 위해 피비린내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소녀와의 우정(어찌보면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아주 예전 영화였던 레옹이 떠오르기도 한다.
감정없는 킬러와 옆집 소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 그리고 마약이 얽힌 이야기라는 점.
아저씨에서 나왔던 선인장처럼 레옹이 애지중지하던 화분.
스팅의 감미로운 주제곡인 Shape of my heart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건 당연하다.
멋진 원빈의 모습을 감상하자는 가벼운 맘으로 관람했던 이 영화는 200%의 만족도를 나에게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잔인하고 피비린내나는 영상은 거부감으로 다가올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이제는 꽃미남이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액션 스타로 남자의 카리스마를 온몸으로 발산하시는 원빈.
이 영화를 본다면 그의 팬이 아니었던 여성분들조차 팬클럽에 즉시 가입할 정도로 압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당당하게 배우 원빈 하나만으로 추천할 수 있는 아저씨.
더불어,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깜찍한 아역배우 김새론의 깜찍한 연기도 상당히 볼만했다.
올 여름을 확실하게 식혀줄 하드보일드 액션무비라고 강력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런데,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도 원빈이 하니 감성 액션)
극중 냉혹한 킬러 람로완이 했던 대사가 모든 걸 대신해준다.
"He looks different."
<이미지 출처 : http://www.cine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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