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미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중적인 현실에 대해 그린 인도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아쉬람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인도에서 천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줬다면, 인도에서 미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아직은 어머니 곁에서 어리광이나 부려야 할 어린 소녀가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팔려가듯 시집가있는 사실도 황당한데, 그 남편이 죽자 평생 아쉬람에 갇혀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더 경악스럽다.
바로 아쉬람.
힌두교 율법에 의하면 남편이 죽은 미망인들에게는 3가지 선택만이 존재할 뿐이다.
남편을 따라 죽거나, 가족들의 허락하에 시동생과 결혼하거나, 남편을 잃은 죄를 평생 속죄하며 아쉬람에서 속세로부터 숨어지내야 한다.
축복받은 땅이고, 힌두교 최대 성지인 바라나시. 인도의 큰 줄기 중 하나인 갠지스강에서 목욕재개를 하면 모든 죄를 씻어낼 수 있고, 내세를 위해 화장 후에도 이 곳에 뿌려지길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
얼굴도 모르는 남편에게 시집을 갔고, 남편이 죽자 아쉬람에 가게 된 아직 어리디 어린 소녀 쭈이야.
아직 이차성징도 나타나지 않은 철부지 8살 꼬마여자 아이가 머리를 깍이면서 여성성을 거세당하는 느낌이란 그야말로 참혹하다.
그보다 더 가혹한 건 선택의 여지도 없이 평생 아쉬람에서 삶의 모든 즐거움과 기쁨을 차단시키면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아쉬람에 간 쭈이야는 모든 게 낯설고 무섭기만 하다.
그런 쭈이야 앞에 어머니같은 사쿤딸라와 아름다운 깔랴니가 등장한다.
천사인가요?하고 물어봤던 쭈이야 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깔랴니.다른 미망인들과는 달리 머리를 기른 모습이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얀 피부에 너무나 아름다운 깔랴니.그러나 그녀의 존재자체가 모순이고, 이율배반적이다.
미망인은 수절을 지켜야 한다면서, 버젓이 밤에 강을 건너서 브라만의 집에 매춘을 알선하기도 한다.
(마치 중세 시대의 수녀원처럼, 조선시대에 보쌈당하던 과부나 열녀들처럼.->실은 이들보다 더 기막힌 인생이지만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과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구걸과 매춘으로 나머지 미망인들을 먹여살리고 있음에도, 미망인들 사이에서도 부정탄다면서, 따로 나와 살고 있는 깔랴니.
사회에서도,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여성사이에서도, 또 같은 미망인들 사이에서조차 계급과 차별이 존재하고 편견이 존재하는 인도의 상황.
이렇듯 차단된 인생인 듯 하였으나, 어느날 강아지를 강에 목욕시키러 갔다가 사라진 쭈이야를 찾다가 운명처럼 만나게 된 브라만 계급의 법학도 나라얀과 깔랴니. 두 사람은 첫 눈에 운명임을 예감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두 사람. 영화상에서 이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숭고하다.
마치 우리나라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의 귀여운 옥희처럼 쭈이야는 나라얀과 깔랴나 사이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전통과 관습, 율법을 뛰어넘은 간디의 사상과도 같은 나라얀과 깔랴나의 사랑.
과연 두 사람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보는 내내 웃고 울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줬던 영화 아쉬람.
좀 더 많은 분들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중요한 내용은 스포일러로 작성해본다.
개인적으로 여성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그리고 인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상당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아직도 이렇게 불합리한 전통과 관습에 억눌리면서, 말도 안되는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바치는 영화.
<정보 및 이미지 출처 : http://www.cineseoul.com >
'영화, 드라마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저씨 (2010) (2) | 2010.08.11 |
---|---|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6) | 2010.01.04 |
브레이크 업 : 이별후애(愛) The Break Up (2006) (0) | 2010.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