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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면 끄적끄적

친구의 기일

by 코코리짱 2013. 5. 26.

매년 5월달만 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다운되어 아무런 의욕이 안 생기는지 어언 10몇년차.

재작년에 여행가고 기분을 좀 정리하고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고.
작년엔 일이 너무 바빠져서 정신없이 보냈었기에.
올해도 그리될 줄 알았건만.


결코 잊은 게 아니었네.

마지막 축제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생각나버린 기억은 갑자기 봉인해제되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고, 나도 모르게 줄줄 흐르는 눈물로 아침엔 밤탱이 눈이 되어서 출근했으나 지각.


상처나 아픔으로 남은 기억은 억지로 잊으려기 보다 차라리 그냥 그냥 공존하고 익숙해지게 하는 게 낫다.

이걸 억지로 지우려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고.

지우려고 하다가 결국 나처럼 역효과나는 경우도 있고.


해서 그냥 올해부터는 친구의 기일이 되면 나혼자 알아서 바닷가(어느 바닷가나 좋다)에 가서 파도소리 들으면서 마음도 진정시키고.

친구와 안부를 마음 속으로 물어봐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찾아간 인근 바닷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사람이란 우울할 때 사람들 사이에서 없으면 정말 위험하니까.

이리저리 시장돌고 사람구경(이라기엔 인파속에서 치임)하다가 밀물때가 된 바닷가근처에서 파도소리 들으니까 정말 좋았다.

바다는 언제나 힘들고 어지러워진 마음을 정돈시켜준다.

고요히.


친구야, 널 잊은 게 아니라.

사는 게 너무 팍팍하고 힘겹다 보니, 심적으로 힘든 기억은 뭍어두고 싶었던 거야.

예전엔 니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끔씩은 무리하는 적도 있었지.

지금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엔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거든.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대로 살 수 있을까?

그걸 찾기 위해 아주 예전에 멈췄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려한다.

(쓴다쓴다 하면서 매번 미뤄웠던 글쓰기)


넌 역시 저 세상가서도 나에게 채찍질을 가열차게 해주는 멋진 녀석이다.

(쓰고 보니 이것은 내가 M이라는 걸 인정하는건가.)

꼭 나태해지고 늘어질만한 시기에 너로 인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그것이 전환점이 되어서 뭔가를 시작하기도, 삽질을 하기도 했었지.


올해도 역시 나에게 그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 친구야.

다른 세상에서 편히 지내고 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