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여자의 일생을 보는 듯한, 다이아나 황태자비와 유사한 삶을 살았던 그녀의 4대 선조 데본셔 공작부인 조지아나 캐번디시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
ⓒ BBC Films / Qwerty Films
사춘기쯤 읽었던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모파상 특유의 그 서늘함이 감도는 소설을 어린 나이에 완벽하게 소화하기에는 무리였겠지만, 어린 나이에 읽으면서도 일종의 답답함이 느껴졌던 그 소설.
읽고나서, '도대체 여자의 일생이 뭐냔 말이냐!' 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었던 그 소설이 갑작스레 떠오른다.
여자라면 숙명처럼 그런 삶을 그냥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것일까.
희생과 인내의 삶이 여성의 미덕이던가. 왜 그렇게 참으면서 살아야 할까.
나에게 여러가지 의문만을 던져주었던 여자의 일생. 사실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여자의 일생이라는 게 과연 어떤 것인지 말이다.
답답하다면, 답답할 18세기 영국의 상류 사회. 그러나 그 시대는 격변기였고, 다른 나라에서는 혁명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예술사적으로도 가장 화려하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대.
(바로코부터,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로 공존하고 흘러가던 시점인지라 영화상 의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그런 시대의 중심에 조지아나가 있었다.
ⓒ BBC Films / Qwerty Films
많은 귀족 및 왕족 가문이 그렇듯이, 언제나 결혼은 집안과 혈통, 그리고 얻게 될 권력과 이익을 철저하게 고려한 정략결혼.
얼굴 한 번도 못보고 초상화만으로 혼사를 결정하던 그 시기에 5대 데본셔 공작 윌리엄 캐번디시와 결혼하게 된다.
명문 가문에 세기의 결혼식(그녀의 후손 다이아나가 그러했듯이)을 올리게 된 조지아나.
ⓒ BBC Films / Qwerty Films
화려한 결혼식만큼이나 결혼생활은 행복했을까.
영화는 화려한 결혼식을 시작으로 서서히 한 여인이 불행해지면서, 어떻게 영혼없는 빈 껍데기가 되어가는지 그려내고 있다.
겉보기에는 엄청나게 화려했으며, 시대의 패션 아이콘이자 정치와 예술 모든 분야에서 남성들보다 오히려 두각을 나타내었던 조지아나가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도 촛점을 맞추고 있다.
결혼 생활은 그녀에게 있어서 실망의 연속이었다.
남자를 모르는 꽃다운 나이에 명문가에 시집와 냉혹한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했으며, 대놓고 바람을 피워대는 남편을 참아넘겨야 했다. 그리고,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능력한 여인 취급받아야 했으며, 심지어는 속을 털어놓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마저 남편의 정부로 빼앗겨야 했다.
그당시 여인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이 존중될 리 만무하고, 오로지 남성의 어여쁜 소유물 혹은 남편의 말에 순종하는 안주인. 대를 이을 아들을 잘 출산해야 하는 역할만이 여인들의 덕목이었다.
ⓒ BBC Films / Qwerty Films
이렇게 불행하던 그녀에게도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 바로 젊은 정치인 찰스 그레이와의 열정적인 사랑이었다.
그러나 신분을 뛰어넘지 못하는 사랑이 세상의 축복을 받을리 만무하고, 이뤄질 수 있을리도 없다.
너무나도 슬프게 마무리된 그와 그녀의 사랑.
ⓒ BBC Films / Qwerty Films
다이아나비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선조(불행한 결혼, 불륜의 묵과, 화려한 결혼, 신분의 상승, 패션 아이콘, 만인의 사랑을 받았으나 남편의 사랑은 받지 못했던 점,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으나 거식증이 있었다는 점 등등)로 주목받고 있기에, 조지아나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개인적인 삶에 더욱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조지아나는 당시 한정된 상황의 여성들 중 다방면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적으로 살았던 멋진 여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불행했던 삶보다, 활동적이고 파란만장했던 그녀의 삶에 더 촛점을 맞췄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많은 내용을 짧은 런타임에 다 담기엔 무리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차라리 BBC에서 3~4부작 미니시리즈로 심도깊게 다뤄줬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한 컷마다 마치 18세기 화려한 로코코시대에서 낭만주의 화풍의 그림들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의 영상과 시대고증을 완벽하게 한 눈부신 의상들과 헤어, 분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아름다운 바스의 풍경과 웅장한 저택의 모습도 단연 일품.
항상 완벽을 추구하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75년작 배리 린든(한 남자의 몰락을 상당히 아름다우면서도 냉소적으로 다룬 작품) 이후로 이렇게 아름다우면서 섬세한 영상은 정말로 처음이다.
심심하시면 감상하시라 멋진 스틸 컷들. 막 그림에서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 절로 든다.
(실제 후손들이 사는 저택에 가서 관련 그림들을 보고 완벽하게 재현해냈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그리고 그들의 초상화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는 뛰어난 원작소설이 있다.
아만다 포멘의 데뷔작 <조지아나, 데본셔의 공작부인(Georgiana, Duchess of Devonshire)>(1997)이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책 출판 당시에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고 하니, 원작 소설을 한 번 접해보고 싶다.
국내에서는 출판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될 예정인지 좀 의문이지만.
책표지와 데뷔소설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아만다 포멘.
시대극과 18세기 격동기의 의상, 그리고 다이애나비와 너무도 비슷한 삶(이라지만, 상류층 귀족, 왕족출신의 여인들이라면 모두들 감내해야 했던 삶이 아닐까 싶다.)을 살았던 그녀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하고픈 영화다.
무엇보다도 시종일관 담담하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한 맺힌 불행이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
개인적으로는 올 가을에 꼭 봐야할 영화로 손꼽고 싶은 영화~
여자의 일생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조지아나 스펜서에 대해 궁금하다면
http://osen.asiaeconomy.co.kr/news/stview.htm?idxno=2008101618006520920&sc1=entertainment&sc2=total&sc3=total&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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