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었던 때는 이미 11월 둘째주 토요일. 그런데, 12월달에 올려주시는 나의 센스.
실은 날씨 많이 따뜻했던 주말 갔다오면 좋을 것 같은 곳인데, 이제서야 올리다니.
기억하기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김연아의 경기 생방송이 있는 날.
그렇기에 그냥 나가지 않고, 집에서 연아의 경기나 볼까 했었는데, 어쩌다 웹상에서 보게 된 안양예술공원의 사진들.
보니까 마구 궁금해지면서, 너무나 가고 싶어져서 그래 연아 경기 보기 전까지만 갔다오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그날.
실은 어머니를 모시고 오래간만에 같이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어머니께서 못 가신다고 하셔서 나홀로 출사.
간편하게 언제나처럼 폰카를 챙겨들고 씩씩하게 출발.
안양예술공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이 곳을 참고~(아주 정리가 잘 되어 있었음.)
안양역에서 내리면 버스 타고 가야 한다고 해서, 관악역에서 내려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물어 한참을 내려갔더니 보이는 안양예술공원.
원래 길치는 얼굴에 철판 깔고 모르면 굽신굽신하면서 물어봐줘야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1~2시간은 기본으로 헤메게 될지니, 모르는 장소에서는 급방긋하면서 물어봐줘야.
친절한 안양시민분들 잘 가르쳐주시더라.
청명했던 가을 하늘. 날씨는 쬐끔 쌀쌀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던 하루. 가을을 느끼고 싶어서 혼자나간 출사. 폰카 사진이 구려도 좀 참으시라.
솔찍히 별 기대는 안하고 갔던 출사. 그냥 이쁜 풍경이나 찍다가 1~2시간이면 다 돌겠지 하고 생각했던 건 오산.
언제나 그렇듯이 가는 날이 장날이고, 외출하면 그 날 따라 이벤트에 공연이 항상 넘치는 사람인지라(어찌보면 행운아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뭐하나 같이 갈 사람 없어 맨날 전전긍긍하다가 혼자 나서는 걸) 평범한 날일리가 없다.
알고 보니, 그날 공원 앞에서는 공연(그것도 무려 난타공연과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공연!)을 생각도 못한 전시관에서는 "앤디워홀과 60년대아방가르드"전이 가격도 착한 1,200냥에 진행중.
가면서 든 생각. 와우, 땡잡았다! 역시 와보길 잘했어!
동시에, 젠장 연아경기는 재방송으로 봐야 겠구나. 오늘도 역시나 빡빡한 일정이 되겠구나. 잽싸게 돌아댕겨야 겠다는 생각.
공원앞에서 공연하는 거 잠시 구경하다가 전시회장으로 고고싱.
실은 난타공연 놓치니 뭐, 다른 공연에는 미련이 없어지고 전시회에 이미 눈먼 여자.
착한 가격에 앤디 워홀과 아방가르드라니 웬지 구미가 땡기는 전시회라서.
솔찍히 말해서, 난 현대미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별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많지 않고.
대신 호기심은 많아서 이래저래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주워들은 게 많을 뿐.
앤디 워홀 하면 생각나는 건 예술의 대량 생산, 팩토리, 실크스크린 기법, 마를린 먼로, 같은 그림 다른 색상, 강렬한 색상.
웬지 고상한 느낌은 없지만, 뭔가 대중적인 느낌.
전시회를 본 느낌은 뭐, 30분도 안되어서 다 볼 정도의 작은 전시였지만, 가격대비 만족.
포스터와 현대미술, 디자인쪽에 관심있는 분들이 보셨다면 좋아했을 전시회.
문외한인 나였지만 꽤 재미나게 감상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리처드 해밀턴의 -FASHION- PLATE. 분열, 단절된 듯 하면서도 에로틱한 느낌이 웬지 강렬.
로버트 다우센버그의 LOUIS SYMPHONY ORCHESTRA 블루의 이미지와 지도가 차거운 도시의 느낌이지만 거기에 형광색 핑크가 활기찬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전시된 작품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필립 코너와 알리슨 놀스의 작품인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이어서 참 신선했다. 관람객에게 지니고 있는 물품 중 하나를 커다란 백지에다가 붙여주고, 기록해달라는 설명문구가 적혀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도 붙이고 가려다가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걍 안 붙이고 왔다.
그 외에 수많은 이름과 지명을 마치 형광팬으로 강조한 듯한 앤 노엘의 작품도 내 눈길을 끈 작품 중 하나.
그리고 진정한 출사는 이제부터...
3시쯤인가 도착해서 거의 해질 시간이 가까울 무렵부터 출사를 시작한 나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_=
앞부분쯤에 볼거리가 많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무시하고, 평소의 청개구리 본성이 꿈틀한 나는 뒤쪽부터 보기로 결심.
스니커즈 신고간 관계로 산행은 무리라 생각되어, 피한 것도 있다.
산책로를 따라 전진.
가로수를 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갤러리 카페. 연인이나, 혹은 친구, 가족과 함께 왔다면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은 곳이더군요.
혹시라도 나중에 여기서 데이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솔찍히 산책로 부근을 걸어가면서 든 생각은 확실히 상업적이고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뭔가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인공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어서 약간 실망.
우리동네에 있는 옥구공원쪽이 훨씬 자연친화적인 느낌.
아무래도 공원 주변에 유락시설이 너무 즐비하면 인공적인 냄새가 확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 돌고 나니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앞부분도 돌아보리라 맘먹은 사람.
분명 시간이 남아돌 꺼라 생각했는데, 산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고로 다 돌지는 못하고 일부분만 돌았는데도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덕분에 해질 무렵이 가까워오자 나는 헐떡거리며 내려와야 했다.
길치인데다가 밤눈이 어두운데 산속에서 미아가 될 수 없지 않은가...;;(웬지 비참)
그리고 왔던 다리로 다시 건너가서 집으로 귀가.
내 걸음이 거북이 걸음이기도 했지만, 공원에 오시는 분들은 선택을 하시거나 나름 계획을 세워서 오셔야 할 것 같다.
공연과 전시회를 보고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다가 갤러리 카페에서 노는 코스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낼 것인지.(산과 이어져있으니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금상첨화일 듯.)
개인적으로 체력이 되신다면 자연과 함께 하는 코스를 택하시길 바란다.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오면 좋을 공간.
언젠가 가을 정취를 한 번 느끼러 가보시길 추천하는 곳~ 안양예술공원.
지역구민에게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공간이겠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나름 만족을 줬던 공간.
산책로쪽에 즐비한 상업건물들만 아니었어도 참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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