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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블로그27

나 아닌 타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던 혼자놀기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이건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예전부터 혼자만의 시간도 많았던 편이고, 혼자놀기도 잘 하니 같은 분야의 달인이 다른 사람이 쓴 혼자놀기가 궁금하고, 또 궁금할 수 밖에.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에 그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책이나 읽으면서 좀 더 색다르게 놀아봐야지 생각하며 선택한 책.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장에서 브리짓이 머라이어 캐리의 그 유명한 노래 All by myself를 들으면서 청승을 떨던 걸 생각하면 꼭 내 이야기같아서, 차라리 진주의 난 괜찮아를 부르면서 능동적으로 혼자인 것을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책을 잡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 혼자놀기" 책 제목도 제목이지만, 책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표지도 내가 가장 .. 2008. 12. 23.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 (2008) 갈 곳 없는 자들이 모여 만드는 나의 나라, 우리의 나라에 대한 대서사극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Twentie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 / Bazmark Films 나에게 현존하는 감독 중에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뛰어난 무대영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바즈 루어만을 뽑을 것이다. 아직은 감독과 각본으로 한정된 자본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을 때, 대기업 스폰서를 구해서 그에 파묻히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해서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만들었던 재기넘치는 감독이 그 아니면 누가 있을까. (댄싱히어로에서 코카콜라 간판 앞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 연습하는 장면은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되, 항상 무대영화임을 잊지 않는 그의 꾸준한.. 2008. 12. 17.
생명의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단어를 하나씩 음미하며 조심스럽게 읽은 "바다의 기별" 고등학교 시절 내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문학 선생님은 글이라는 것의 한계에 대해서 말씀하시곤 했다.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생명력이 있는 말에 비해 간접적인 글은 이미 죽은 표현이라고. 거의 반사적으로 지문을 속독으로 읽고, 문단의 숨은 뜻이나 중심 문장을 파악하는데 여념이 없었던 나에게 문학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글의 한계는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문제였다. 더군다나 그 이후 대학을 가서도 수능시절 반사적으로 읽던 우리 문학들에 너무나도 질려서(이미 아주 예전부터 우리 문학과는 안 친했던 사람) 남들 다 읽는다는 "아리랑", "태백산맥"(요즘도 필독서일까?) 등등은 손도 대지 않았다.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랬다. 그랬었기에, 이미 죽은 표현인 글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바다의 기별.. 2008. 12. 13.